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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리 Feb 23. 2021

습관

자리에서 슬며시 일어나는 나를 보며 친구들이 웃었다. 왜 그렇게 느리게 움직이는 거야, 내게 물었다. 다음 움직임을 잇기 전에 그대로 멈춰서. 무언가 쓰러지진 않았는지. 발끝에 걸린 건 없는지 살핀다. 다치거나 다치게 했기에 생긴 나의 습관. 덕분에 발견한 사람이 있었다. 그렇기에 외면하지 못한 날 또한 있었다.

     

길 위의 아이들은 보호자가 없어서 치료를 해줄 수가 없다고 하더라. 죽어가는 아이를 상자 속에 넣어 수 시간 병원을 전전하고서야 겨우 한 곳에서 고작 응급처치를 해주었다. 해줄 수 있는 건 그것뿐이라고 말했다. 더 해줄 수 있는데 더 해주지 못하는 건 이상해. 너무 이상한 일이었다.     

마지막으로 찾아간 동물단체에서 수술을 해준다고 했다. 돈이 필요하다고 했다. 수술이 진행되는 동안 인터넷에 모금 후원 글을 올렸다. 순식간에 모금액이 가득 찼다. 사람에 비해 동물은 모금 달성이 금방 되는 편이라는 말을 들었다. 무슨 기분이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날 이후로 오랜 시간 나는 무언가 발견하고 말 것이 무서웠다. 함께 괴로워야 하는 일이라면 차라리 모른 채 걷고 싶었다. 모른 체할 수는 없는 족속이란 걸 아니까,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는 한 걸음을 옮기고선 사방을 둘러보는 사람이고, 걷는 동안엔 땅을 보는 사람이라서. 어쩔 수 없는 건가 싶기도 하다.


살기 위해 내 무릎 위로 올라와 울던 그 아이를 종종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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