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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리 Jan 20. 2021

전시가 끝난 뒤 그녀는 이사를 했다

그녀는 어느 날 불쑥 공모를 걸었다


이건 제 얼굴입니다

연희동에 삽니다

저를 발견하시면 제가 모르게 저를 찍어주세요

그리고 아래의 메일로 보내주세요

당신의 시선이 궁금합니다


속속들이 도착하는 사진들

그녀에 대한 평가

주소와 번호를 묻는 사람

어느 날은 미행을 당했다

그녀와 닮아서 피해를 보았다는 사람에게 메시지를 받았다


그녀는 네 달간 모인 메일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사진은 자신의 컴퓨터에 저장했다

그리고 메일에 담긴 글을 모아 작은 전시를 열었다

입구에는 간략한 소개가 적혀 있었다.     


세상이 아름답다고 믿고 가치를 만들어가려는 사람이 있고

믿으려다 배신당하는 사람이 있지

증명하려고 하면 안 돼

믿고 싶어서 믿다 보면 반드시 배반당한다


세상이 아름답다고 믿는다

그렇기에 시간을 들여서 노려보는 거야

내가 믿는 가치를 지키는 파수꾼이 되는 거야


그녀는 전시가 끝날 때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얼마 뒤에는 이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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