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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리 Apr 28. 2021

요즘

걸음이 멈추면 이내 생각에 잠길 것 같았다. 그러면 한 발자국도 떼지 못하게 된다. 집에 갈 수 없게 된다. 팔은 춥고 어깨는 따듯해. 정처 없이 걷는 일은 무언가 발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의지를 죽이기 위함이었던 건지도 몰라. 쉬고 싶었어. 아무것도 안 하고 있어도 괴롭다면 그건 쉬는 게 아니니까. 쉬고 싶다는 생각으로만 가득 차고 싶어서 어떻게든 자초해 고단해지던 날이 참 많았지.


다정을 만나 꿈 같은 이야기를 듣는 게 행복한 요즘이야. 어떤 허무맹랑한 이야기도 더는 비웃지 않아. 당신에게 힘이 되는 말들을 더는 그렇게 대하지 않아. 재미 삼아 당신이 믿는 걸 믿어 볼까. 온통 그래 볼까, 생각을 해보기도 해. 신을 믿지 않지만 기도를 통해 얻는 분명한 힘에 대해서만큼은 믿는다던 제프 버클리의 말을 떠올리면서.

     

내 방 옷장에는 세 칸짜리 작은 서랍장이 있다. 절대 열어서는 안 되는 맨 아래 서랍. 아직 결심이 필요한 가운데 서랍. 이제 꺼내어놓아도 될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면 넣어두는 첫 번째 서랍. 그리고 그 위에 자리한 몇 장의 사진과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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