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에서 보면 종종 이혼한 가정에서 자란 며느리를 싫어하는 시어머니가 나온다. 그늘진 사람이 싫다는 것이다. 그 말이 어떤 의미로 하는 말인지 알 것도 같다. 우여곡절 없이 맑게 자란 사람을 원하는 것을 나쁘다고 말할 수도 없지 않을까. 지금이야 이혼가정이 많아졌지만 아직도 '그늘 없이 자란 사람'이라는 말은 존재한다. 여기서 나는 감히 질문하고 싶다.
그늘 없이 자란 사람의 기준은 무엇인가?
이야기를 돌려 잠시 나를 소개하자면, 나는 밝고 활기찬 사람이다. 미국 친구들은 나를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라며 자신들의 배터리라고 불러주기도 했었다. 직장에 들어가서 사람들과 모여서 웃다 보면, 몇몇 사람들은 나를 인생에 골절 하나 없이 자란 사람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아주 최근에는 소개팅에서 상대 남자분이 이런 말을 했다. "화목한 가정에서 그늘 없이, 티 없이 맑게만 자란 사람 같아서, 보기 좋아요."
여기서 다시 다른 질문을 던져보자. 티 없이 맑게 웃었던 나의 모든 미소는 거짓인가? 나의 활기찬 모습은 가면인가? 물론 가끔 분위기상 웃을 수는 있다지만, 그 모든 순간들의 밝았던 나를 다 거짓이라고 누가 함부로 평가하고 진단할 수 있는가?
나는 우여곡절을 정말 많이 겪은 사람이다. 나열하고 싶지도 않은 많은 일들을 겼으면서도 '지난 일은 지나갈 수 있게, 상처는 깊어지지 않게, 과거로 인해 순간의 소중함을 놓치지 않고 현재를 살아가자.'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가끔은 실패해도 나름 잘 실천해 나가며 살고 있다.
그늘진 사람을 가족으로 드리기 싫은 이유는 아마 아래와 같은 이유가 아닐까?
그늘진 사람에게 그늘짐을 물들까 봐
그늘진 가정의 사람들이 자신의 자식 또는 자신에게까지 영향을 줄까 봐
보고 배운 것이 그런 것이니, 결혼 생활이 순탄치 않을까 봐
화목한 가정에서 자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자식인 우리는 부모도 가족도 선택할 수 없었다. 이혼가정에서 자랐다고 무조건 이혼을 한다거나, 반대로 화목한 가정에서 자랐다고 무조건 가정을 잘 꾸리지만은 않을 것이다. 어떤 점을 걱정하고 이혼 가정의 자녀를 기피하는지는 안다. 하다 못해 엄마도 오빠의 여자친구의 가정이 화목해서 보기 좋다고 하니말이다. '보고 배운 가정의 환경이 그러니 당연히 그럴 것이다보다'는 연애를 하며 길게 봐온 모습으로 결정 내려주길 바란다. 자신이 부모님과 같은 가정을 꾸릴지 말지는 자신의 선택이지 않는가? 반대로 그런 일들을 겪었기에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는 해결방안을 알거나, 힘든 상황 속에서 벗어나 견디는 방법을 알 수도 있지 않을까?
행복과 행운이 공평하게 모든 이에게 존재하지 않듯이, 불행도 마찬가지로 누구에게나 갑자기 찾아갈 수 있다. 그 불행이 찾아와도 나는 기꺼이 지나가는 법을 알고 있다.
다음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