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편의점에서 알바할때 가장 많이오는 부류의 손님은 바로 건설업에 종사하는 중년 남자들이었다. 무슨 할말들이 그렇게 많은걸까. 그들은 이른 저녁에 와서 밤 10시가 될때까지 가지를 않는다. 정말 징글징글하다. 그들은 무언가 실패한 경험이 있고 이빨이 서너개씩 빠져있다. 심지가 다 타버린 양초를 보는 기분이다.
그들의 성향을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다. 어떤 사람은 과하다 싶을 정도로 친절하고 어떤 사람은 나를 하인 부리듯 부려먹기도 한다. 그들 절반이 아무렇지 않게 반말을 해대는데 나는 자주 오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이 중년남자들에게서 반말을 배웠을 것이라 짐작한다. 편의점 매출을 어느정도 책임지고 있으니 특권의식이 있을만도 하다. 맛대가리 없는 새우깡와 오징어땅콩이 단종되지 않는 건 전부 그들 덕분이다.
그들은 대게 무리지어 오지만 혼자와서 소주를 까는 경우도 많다. 그 중 한 분은 몹시 친절했다. 아저씨는 꼬박꼬박 나에게 인사를 건넷고 어느샌가부터 내 안부를 궁금해했다. 아저씨는 나에게 늘 밥을 잘 챙겨먹으라고 당부했다. 자기가 쓴 테이블을 깨끗히 치우고 가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나는 아저씨가 좋았다.
또 다른 한 분은 아주 진상 중의 진상이었다. 야야 거리며 심부름 시키는 것부터가 아주 짜증이 났고 취하기만 하면 자꾸 화단에다 오줌을 싸는 것이었다. 꽃이 다 죽어서 지금은 사장님께서 화단을 아예 없애버리셨다. 또 어느날은 작업조끼 주머니에 고작 소주병 하나를 찔러넣고선 대뜸 나에게 "너는 왜 사냐" 하고 묻는 것이다. 나는 그때 "아저씨는 왜 사는데요?" 라고 반문하고 싶은 걸 꾹 참았다. 거기서 내가 대꾸를 했다면 분명 대화가 길어졌을 것이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그 두 사람이 근처에 빌라공사가 시작되고부터 같이 다니기 시작했다.
두 사람이 막역한 친구사이처럼 편의점에 들어왔을 때는 정말 황당했었다. 그들은 서로를 배려했다. 서로의 나무젓가락과 종이컵을 챙겨주고 계산도 서로가 하겠다고 난리였다. 처음엔 같이 일하게 되는 바람에 친절한 아저씨가 기분을 맞춰주고 있다고만 생각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그래보이지가 않았다. 오히려 이야기를 들어주는 쪽은 진상아저씨였다.
두 사람이 친구가 된 후로 친절한 아저씨는 쌓여있던게 있었는지 격앙된 목소리일때가 많아졌다. 반대로 진상아저씨는 차분해졌다. 진상아저씨는 더 이상 진상짓을 하지 않게 되었다.
지나가다 엿들은 이야기로는 친절한 아저씨는 공무원 시험 준비중인 아들이 하나 있고 진상 아저씨는 어머니가 이번에 무릎수술을 받으셨다고 한다.
노을이 지면 두 사람은 편의점에 와서 오랜 시간을 이야기하고 내가 퇴근할 때 쯤엔 둘이서 함께 테이블을 치우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