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갈 길이 멀다.
며칠 전부터 신청한 신간이 입고되었으니 대출하여 가라는 문자를 받았다. 세종 국립도서관에서 온 문자였다. 제가 자주 가는 도서관이고 이 도서관에서 책을 쓸 용기를 얻었으니 내가 쓴 '크로의 과학사냥'이 이 도서관에 꽂혀야 한다며 내가 책을 신청했기 때문이다. 책을 쓴 저자의 뻔뻔함이다. 출장 때문에 기한 내에 가지 못하자 일반 서재로 이동했다는 문자까지 왔다. 시스템에서 자동으로 발송되는 문자로 저의 사정을 알릴 필요까지는 없었다.
출장을 마치고 바로 세종도서관으로 달려갔다. 대전 노은지구에서 세종도서관까지는 차로 15분 정도이다. 세종시 초기에는 한적한 도로였지만 요즘에는 교통량이 많아 신호등을 여러 번 받는다. 이전의 운전습관으로 차를 몰다가는 교통카메라의 눈총을 받기 쉽다.
도서검색 시스템에서 '크로의 과학 사냥'을 검색하자 과학기술서적 서재로 안내했다. 자주 열람했던 장소였다. 쭉 훑어보다 청구 번호가 덧붙여진 '크로의 과학사냥'을 찾을 수 있었다. 반가웠지만 갈등이 생겼다. 내가 대출하면 다른 사람들이 볼 수가 없으니 그냥 되돌아 가야 하나? 그래도 도서관의 성의에 감사하며 빌려가기로 했다.
뿐만 아니라 일부러 온 김에 다른 교양과학책을 살펴보았다. 이전에도 몇 번 본 적이 있지만 여전히 새로웠다. 과학기술 내용이 새롭다기보다는 책의 내용과 형식이 새로웠다. 지식은 기억하나 책은 늘 잊는 나의 습성 탓이다. 과학기술 내용도 새로운 책을 찾아 '나는 뇌입니다'까지 왔다. 뇌의 뉴런과 신호의 전달 메커니즘을 알고 있지만 혹시나 새로운 발견이 있는지 궁금하였다.
어떤 분야를 안다는 것은 무엇인가? 주요 현상을 설명할 수 있고, 이 분야에서 내가 모르는 항목이 없다는 자신감이 생길 경우이다. 많은 사람들이 대단한 지식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문가가 아니라고 겸손하게 표현하는 이유는 두 번째 기준에서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저도 뇌에 대한 지식은 가지고 있지만 두 번째 기준을 만족시킬 수가 없다.
혹시 두 번째 기준을 만족시킬 행운을 '나는 뇌입니다'에서 발견하려 이 책도 함께 대출하였다. 전반부에는 뉴런과 신호전달을 설명하고 신호전달 물질을 소개하고 있었다. 그리고 후반부에는 임상학적 뇌질환에 대해 소개하는 책이다. 임상학적 현상들은 경험적 현상으로 분자생물학적 설명과 다르다. 과학자들은 분자생물학적으로 기작이 이해되지 않으면 임상학적 현상만으로는 부족함을 느낀다. 이 책이 2016년에 발행된 책이므로 뇌과학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라고 나는 결론을 내릴 수가 있었다.
이 책에서 하나 건진 도전거리는 뉴런의 신호전달물질이 영향을 미칠 뇌의 의식 작용이다. 신호전달 물질의 종류가 다양하므로 이는 통신의 다양성을 유발할 수 있다. 예를들어 휴대폰이 10 MHz나 100 MHz로 각각 통신하듯이 신호전달물질에 의한 통신 경로 다양성을 얻는 관점으로 뇌과학을 읽고 사색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