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원한지 하루 만에 응급실에 가는 기분
집에서 오빠가 잘 지내주었고
지금 체력으로는 항암은 할 수 없었기에
통증완화 목적으로 방사선을 결정했다.
방사선치료는
주치의가 적극적으로 권하는 치료법이었는데
우리는 예전에 암을 제거하지 않고
방사선을 해서 번졌다는 의심이 있어서 내키지는 않았다.
그냥 느낌이지만 그동안 투병하면서 오빠의 느낌은 잘 맞았기 때문에...
그리고 실제로 이번에도 암이 커지지 않다가
방사선을 하고 확 커지기도 했다.
이걸 의학적으로 확인할 수 없으니 답답하지만
방사선을 하고도 통증은 그대로였고
피부에 점들이 급격히 늘었다.
그렇지만 당시 오빠의 허리통증이 너무 심했고
통증완화에 확실히 좋다고 하셔서 결정한거라
후회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선택지가 없었다.
통증을 줄여야 했으니까...
방사선은 총 10회였고
월요일이 병원 사정상 바로 입원이 안 되는 관계로
화수목금
월화수목금토일월
이렇게 입원을 해서 치료를 받았다.
두 번째 주에 오빠가 방사선 부작용으로 설사가 심해서
3일 동안 기저귀를 50번 넘게 갈았는데
이땐 나도 너무 힘들고 지쳐서 오빠한테 짜증도 많이 냈다.
갈고 나면 또 바로 설사하고 손목이 남아나질 않았다.
방사선 치료에 내 짜증까지 오빠도 몸도 마음이 힘들었을 것 같다.
또 소변줄 제거하고 약을 먹고 연습하고 있어 몸이 많이 불편했으리라 생각한다.
토요일부터 섬망증상이 다시 시작되었다.
어떻게 나아진 섬망인데
당장 집에 갈 수 없는 상황이 원망스럽기도 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집으로 퇴원이 아닌
재활병원으로 전원이 예정되어 있었다.
예상 기간보다 훨씬 잘 지내준 오빠기에
이대로 누워서 지내게 하고 싶지 않았고
집에서 재활을 해보려 했는데
횟수나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여 한 결정이었다.
집 도보 10분 거리에 규모가 크고 유명한 재활병원이 있어
큰 걱정 없이
월요일에 건대에서 퇴원하면 구급차를 타고 바로 재활병원으로 이동할 계획이었다.
섬망인데 괜찮을까?
섬망은 익숙한 장소로 가야 하는데...
걱정이 많이 되었지만
우선 예정된 계획을 바꾸기도 어렵고
재활도 하루빨리하고 싶어
계획대로 재활병원으로 갔다.
퇴원하는 월요일 아침 건대병원에서도
섬망증상이 예전보다 심했는데
더 낯선 재활병원으로 가자 섬망은 극에 달했고
그날 밤 오빠는 한숨도 자지 못했다.
나는 긴 입원에 누적된 피로로
오빠가 잠을 안 자는데도 잠을 청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한숨도 자지 못한 오빠가 소변을 누지 못해
도뇨를 요청드렸는데
잔뇨가 거의 없는 것이었다.
오빠는 션트 환자라
척수액이 소변으로 같이 배출되기 때문에
평균적으로 아침에 최소 800ml는 되어야 하는데
잔뇨가 160ml 밖에 없는 것이었다.
나는 너무 놀랬다.
션트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척수액이 배출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섬망과 인지저하는 동시에 일어나는데
이게 상황 탓인지 션트 탓인지 알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오빠와 전혀 대화도 되지 않았다.
결국 우리는
퇴원한지 하루 만에
건대병원 응급실로 향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