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을 포기하고 집으로 간 우리
하루 만에 건대병원으로
다시 구급차를 타고 가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살면서 구급차를 타볼 일도 많이 없을 것 같은데
이틀연속, 심지어 응급실로 가고 있었다.
만약 션트가 잘못된 거라면
다시 건대병원에 입원을 해야 하는 건가
수술을 다시 해야 하는 건가 이만저만 고민이 많았다.
집에서 잘 지내주었는데 너무 욕심을 낸 것 같았고
지금 상황에서 재활은
오빠가 진짜 원하는 게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응급실에 가서 오빠랑 대화가 가능해지면
오빠의 의사를 묻고 판단하고 싶었다.
건대병원에 가서 이것저것 검사를 하고
션트에는 크게 이상이 없다는 소견을 듣고야 안심이 되었다.
지금은 섬망인 것 같지만
인지저하와 구분이 안되니까
집으로 가는 게 나을 수도 있다는 말을 듣고
오빠에게 묻자
집으로 가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엄마도 구급차를 뒤따라 왔는데
엄마도 집에 가자는 의견이었다.
나도 집에 가고 싶었다.
너무 지쳐있었다.
회복하고 있던 오빠였는데
일주일 만에 다시 섬망이 심해지자
새로운 공간에서 적응해나갈 자신이 없었다.
그렇게 우리는 재활병원에서 재활은 받아보지 못한 채
여러 검사만 하고 한 밤을 자고
바로 퇴원하게 되었다.
다시 집으로 갔다.
집으로 가니
오빠는 거짓말처럼 잘 지내주었다.
그냥 그 병원은 느낌이 안 좋았다고 했다.
빠른 시일 내에
오빠의 섬망이 좋아진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고
재활에 대한 욕심은 내려놓고
오빠가 정신적으로 안정을 찾을 수 있게
집에서 잘 지내자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집으로 방문해 주시는
요양보호사 선생님도 구하고
방문간호 선생님도 구하고
가정간호 선생님도 구하고
방문재활 선생님도 다시 연락을 해서
오빠가 집에서도 최대한의 케어를 받을 수 있게 만들었다.
그리고 우리는 한 달 동안 너무 평온하게 잘 지냈다.
물론 한 달 사이에
욕창도 생겼었고
목구멍에 칸디다증 곰팡이도 생겼었고
항문농양도 생겼었고
소변통증도 있었지만
하나하나 잘 해결하며
한 달을 잘 보냈다.
밥을 잘 먹지 않아 가정간호를 통해 수액도 맞고
마음 맞는 방문재활선생님께 매일 재활도 받고
오빠 일정에도 루틴을 만들어갔다.
그리고
하루 3~4시간 방문해 주시는 요양보호사 선생님 덕에
나도 간단한 외출, 운동, 병원, 취침 등 필요한 일정을 소화할 수 있게 되었고
가끔 바람을 쐴 수 있었다.
오빠를 두고 외출하는 것이 많이 미안하고 마음도 쓰였지만
바람을 쐬고 온 뒤에는 더 밝은 모습으로 오빠를 케어할 수 있어서 만족했다.
그러던 어느 날,
오빠가 진지하게 할 말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