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을 바라는 이 순간도 기적이다
일상이 기적인 우리의 이야기
오빠의 의견으로
재활병원에 입원한 첫날,
집에서는 누워만 있고 몸을 일으키지 않더니
병원에 오면서 마음을 먹었는지
침대를 비스듬히 해서 죽을 먹으려는 시도를 했다.
그리고 많지는 않지만 몇 술을 떴다.
처음엔 침대에서 휠체어로 옮길 때마다
소리를 질렀고
수업을 이동할 때마다 무척이나 힘들어했다.
이동해주시는 선생님도 당황했었다.
그러나 기적처럼
병원에 입원한지 딱 5일 차에
오빠는 숟가락으로 혼자 죽을 떠먹을 수 있게 되었다.
하루 보통 5시간 이상의 스케줄을 소화하기 때문에
이 스케줄은 나도 힘들겠다 싶었는데
포기하지 않고 스케줄을 소화해 주는 오빠가 고마웠다.
집에서는 오빠가
매일 누워서 자거나 핸드폰만 하니
나도 마음이 많이 무거웠었는데
여기서는 오빠가 목표를 가지고 스케줄을 소화한다는 것이
나를 보람차게 했다.
수업시간에 있었던 일을
함께 공유하며 대화도 할 수 있었다.
수술한 션트 부위가
노출되어 병원에 몇 번 간 걸 제외하고는
몸도 크게 나빠진 게 없다.
오빠의 하루하루가 활기차지는 동안
나에게도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다.
집에서는 입맛도 없던 내가
여기서는 오빠를 계속 이동시켜줘야 하니
늘 배가 고파 밥도 잘 챙겨 먹게 되었고
걸음 수도 많이 늘었다.
또 젊은 사람이 참 대단하다며
하루에도 몇 번씩 칭찬을 들어
그 칭찬에 힘입어
오빠를 더 보살필 수 있었다.
그리고 사람들과 각자의 사연을 나누며
서로 위로받을 수 있었다.
세상에 우리만 버려진 것 같았는데
재활병원에 오니 사연 있는 사람들도 많고
서로에 대한 응원에 진심이 있어 좋다.
이렇듯 나에게도 긍정적인 변화가 있다.
재활병원에 입원하고
일주일을 버틸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오빠는 꼬박 한 달을 버텼다.
오빠의 암은 아직도 점점 자라고 있지만
여기서는 우리가 암환자인걸 잊고
재활에 집중할 수 있어서 좋다.
오빠가 걸으면 정말 기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지금도 기적이다.
죽도 겨우 먹던 오빠가 밥을 먹고 있고
한 달째 섬망 없이 병원에서 잘 지내주고 있고
6월을 넘기기 어려울 거란 오빠는
11월을 기다리고 있다.
하루하루가 기적이다.
얼마 전,
간호사 선생님이 오빠에게
어떻게 이렇게 나를 만났냐 하니
"천운이었죠"
라고 대답했다.
덤덤하게
나를 만난 게 천운이라고 말하는 오빠,
나도 오빠를 만나
잃은 것보다 배운 게 더 많다.
지금은 조금 힘들지만
그동안 오빠에게 받은 사랑에 비하면
이제야 나도 사랑을 전한다.
벌써 오빠가 못 걸은지도 4개월이 되었다.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면 오빤 4개월을 더 살아주었다.
하루하루 감사하고
하루하루 기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제는
그동안은 너무 평범하다고 생각했던
오빠와 함께 손잡고 두 발로 나란히 걷는 일상
그 기적을 다시 꿈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