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흑색종 1기가 아니라 3기라니
아직도 그날의 전화가 생생하게 기억난다.
1기인줄 알고,
점을 제거하고 완치가 된 줄 알고,
오빠가 제일 좋아하는 음주를
신나게 함께했다.
그런데 점을 제거한 그 자리에
무언가 거뭇하게 올라오는 것이었다.
"이젠 오빠 말을 들어줄 수 없어, 당장 병원 가"
"알겠어"
오빠는 최대한 빨리 병원에 갔고
제거 수술과 그 주변 림프종까지 검사를 했다.
나는 당시 대기업 감사실에 재직 중이어서,
지방출장이 잦았다.
그때도 부산 장기 출장 중이어서
검사 때도 결과 때도 오빠는 병원에 혼자 갔었다.
평일에는 부산에서 일을 하고
주말마다 서울에 올라가는 일정이었는데
그 주에는 토요일에 선배가 부산에서 결혼을 해서
금요일에 1박을 더 하고 토요일에 서울로 가는 일정이었다.
금요일 밤에 오빠랑 전화를 하는데 결과를 듣고 한숨도 못 잤다.
거뭇한 것은 악성흑색종 재발이 맞았으며,
림프는 3개를 떼었는데 그중 1개에서 암세포가 나와서 림프전이였다.
림프전이는 발견되는 순간 최소 3기이다.
림프는 원격전이도 가능한 곳이라서,
전이되는 순간 위험하다.
절망적이었다.
원망스러웠다.
그래도 우리
이 정도면 착하게 산 것 같은데
이 정도면 열심히 산 것 같은데
왜 우리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세상을 원망했다.
밤새 울다가 다음날 결혼식 가서 인사만 하고
바로 기차에 올랐다.
그날이 너무 충격적인 기억이라 그런지
나는 이제 부산에 안 간다.
오빠랑도 자주 가던
정말 좋아하던 여행지였는데
트라우마가 된 것 같다.
이제는 부산이 싫다.
오빠는 병원에 입원해 있어서
필요한 물품을 가져다주러 가서는
오빠를 보는데 하염없이 눈물이 났다.
그전에는 오빠 몰래 울었는데
이번에는 병원에서 오빠를 보니 슬프고
오빠도 걱정이 많은 표정이어서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결국 둘이 엉엉 울고 다시 헤어졌다.
차로 돌아와서는 차 안에서도 한참을 울었다.
이 날은 너무 슬퍼서 혼자 있기가 힘들어
동생을 불러서 같이 잤다.
그렇게 주말을 보내고
평일에는 또 부산에 가서 일을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어리고 어렸던 나인데
회사에서는 최대한 티를 안 내려고
안간힘을 쓰며 무척이나 노력했던 것 같다.
그러지 않았어도 된다고 그때의 나를 다독여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