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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부 Oct 12. 2024

스물아홉, 달콤한 나이에 휴직한 이야기

병실에서 마주친 행복을 나누고 싶다

서른을 바라보고 있는 이십 대의 끝물,

내 나이는 스물아홉이다.


회사에서도 다들 "대리"라는 직급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시기이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이라는 순서를 기다리는 시기이다.


어찌 보면 그동안 힘들게 맺었던 열매들을 조금씩 맛보는 달콤한 나이다.


하지만, 스물아홉의 나는 재활병원에 입원해 있다.

내가 아픈 것은 아니고

내가 제일 사랑하는 남자친구가 아파 함께 입원해 있다.


우리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풀어가 보려고 한다.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 행복을 주고 싶다.

"우리도 이렇게 잘 살아가고 있어요!"라고,


우리는 9년 전, 2015년 여름에 연인이 되었다

스무 살이었던 나와 스물여덟이었던 오빠,

다들 어디서 어떻게 만났는지 궁금해한다.


나는 친구의 대학교 축제에 놀러 갔었고

친구의 선배이던 오빠는

졸업생으로 축제에 놀러 왔다가

나를 보고 첫눈에 반해 친구에게 부탁해서

우리는 소개팅을 했고 연인이 되었다.


독립적인 성향,

친절한 말투,

검소한 습관,

여러 공통점들이 서로에게 빠르게 물들게 했다.


그리고 몇 가지 다른 점도 있었는데,

나는 보수적인 집안에서 성장했고

공부만 열심히 하는 성격이었다면

오빠는 자유로운 집안에서 성장했고

공부 외 다른 것들에서의 경험이 많은 사람이었다.

놀기, 쉬기도 잘하는 사람이었다.


집순이었던 나에게 바깥세상을 보여주고,

공부를 안 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안도감을 준 사람이었다.


"공부하기 싫어"라고 말을 했을 때

"하기 싫으면 하지마, 놀자"라고 말해주던 오빠


남들이 볼 때는 별거 아닐 수 있지만

나한테는 그 한마디가 위로였고 참 고마웠었다.


9년이란 시간 오빠와 함께 보내면서

나는 오빠가 제2의 내 부모이자,

내 인생과 가치관에 가장 많은 영향을 준 사람이라고 단연코 말할 수 있다.


그리고 변한 내 자신이 마음에 들기 때문에

너무 고마운 사람이다.


남자친구 이상으로, 가족 이상으로

의미가 있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어서 지금도 함께 할 수 있고

이 힘든 순간에도 힘내고 있는 우리의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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