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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부 Oct 13. 2024

악성흑색종 3기, 항암을 안 하겠다는 남자친구

식단을 해볼테니 3개월만 시간을 줘

오빠는 결국

림프까지 전이가 되어 3기 판정을 받았다.


병원에서 퇴원하더니 갑자기 나를 설득했다.


자연치유를 한번 해보고 싶어

항암은 최후의 수단으로 쓰고 싶어 

우선 식단을 한번 해볼게

식단 3개월 해보고 재발되면 그때 방사선이던 항암이던 할게

너가 항암 하라고 하면 할게

근데 내 뜻 한 번만 이해해주면 좋겠어


우선 암을 제거는 다 했으니

3개월 식단을 해보고

재발되면 치료를 받겠다고 간절히 말했다.


난 사실 이때부터

내 의견보다는 오빠의 의견을 들어주고 싶었다.


병원 빨리 가기, 보험 들기

이런 건 내 말을 들어서 나쁠 게 없었지만,

치료방법을 선택하는 건 득이 있으면 실이 있다.


모든 선택에 장단점이 있는데

내 선택을 오빠에게 강요할 수는 없었다.

단점이 있건 부작용이 있던

오빠가 직접 감당해야 하는 문제인데

내가 결정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오케이했다.


그렇게 오빠는 3개월 동안

좋아하던 고기, 라면, 빵, 술을 다 끊고

채식에만 매진했다.

75kg였던 오빠는 65kg까지 빠졌고

한 번은 빨갛게 피부에 두드러기가 날 정도로

정말 채식을 열심히 했다.

티는 안 냈지만 열심히 해주어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3개월 뒤,

재발이 되었다.

제거 수술을 다시 했고

방법을 결정해야 할 때가 왔다.


병원에서는 한참 관심받던

키트루다라는 면역항암제를 제안했으나,

오빤 항암보다는 방사선을 먼저 하고 싶다고 했고

나도 동의했다.


방사선을 30회 정도 한 것 같다.

평일 1회씩 약 1달 반을 했었는데,

마지막 1~2주는 화상을 입은 것처럼 피부가 아예 다 벗겨졌었다.

양복바지를 입는 것조차 힘들어 막판에는 휴가를 쓰기도 했었다.


그래도 암을 다 제거하고 방사선을 했고,

식단도 열심히 한 덕분에

3개월마다 하는 검사에서 통과했다.

한 번의 검사를 더 통과했을 때

즉, 6개월간 재발이 없었을 때

우리는 미뤄뒀던 결혼준비를 시작했다.


웨딩홀도 계약하고

스드메도 계약하고

신혼여행도 예약하고

오빠도 나도

오빠가 환자였던 것은 잠시 잊고

우리도 이제 평범한 다른 사람들처럼

행복하게 살자고 생각했다.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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