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발된 암, 양가 부모님께 말씀드리지 못했다
방사선을 받으며
상견례를 진행했다.
양가 부모님께는 오빠의 암 재발 소식을 알리지 못했다.
양가의 첫 결혼이었고
오래 연애한 우리가 결혼을 한다니 너무 기뻐하셨다.
우리가 결혼한다는 건 오빠가 건강하다는 거기도 했으니까.
일부러 숨기려고 숨긴 건 아니었다.
우리 부모님에게도
오빠는 이미
딸 남자친구 이상,
사위 이상,
아들 같은 존재이기 때문에
헤어지라고 할 분들이 아니셨다.
그저 슬퍼하실까 봐 말씀을 못 드렸다.
그리고 우리도
이미 진행될 대로 된 결혼준비를 멈추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그냥 결혼을 진행할 생각이었다.
아프다고 헤어질 사이가 아니기 때문에
예전처럼 잘 치료받고 말씀드리려 했었다.
큰 통증이 없었고
방사선을 잘 받았고
검사에서도 조금 작아졌고
다른 곳으로는 안 퍼졌다고 했다.
정말 다행이었다.
그렇지만 오빠는
계속 찝찝하다고 했다.
몸에 남아있다는 사실이 찝찝해서
얼른 없애버리고 싶다고,
오빠가 본능적으로 알았던 것 같다.
같이 가면 너무 위험한 녀석이라는 걸
그래도 어찌어찌 상견례까지 마치고
이제 대부분의 결혼 준비는 끝이 났었다.
그 무렵,
나는 또 출장길에 올랐다.
이번에는 광양,
멀고도 먼 출장길을 참 자주도 갔었다.
회사 생활을 하느라
아픈 오빠와 함께 해주지 못했던 것이 요즘도 참 미안하다.
한 번은 오빠가 나와 함께 가고 싶던 리조트에
회사 휴양지 당첨이 됐는데
내가 업무 하느라 휴가를 안 냈었다.
오빠가 정말 그렇게 가고 싶어 했던 곳이 처음이었는데
아직도 너무 미안하게 느껴진다.
그때는 결혼 앞두고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런다고 누가 크게 알아주는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열심히 했는지
내 사람은 챙기지도 못하면서
오빠한테 너무 미안하다.
다음에 꼭 가자.
출장 탓에 주말에만 오빠를 볼 수 있었는데,
오빠 컨디션은 나쁘지 않은 것 같았는데,
자세히 살피지는 못했었다.
그런데 얼굴 곳곳에
못 보던 점이 생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