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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부 Oct 14. 2024

방사선과 함께하는 결혼 준비

재발된 암, 양가 부모님께 말씀드리지 못했다

방사선을 받으며

상견례를 진행했다.


양가 부모님께는 오빠의 암 재발 소식을 알리지 못했다.

양가의 첫 결혼이었고

오래 연애한 우리가 결혼을 한다니 너무 기뻐하셨다.

우리가 결혼한다는 건 오빠가 건강하다는 거기도 했으니까.


일부러 숨기려고 숨긴 건 아니었다.


우리 부모님에게도

오빠는 이미

딸 남자친구 이상,

사위 이상,

아들 같은 존재이기 때문에

헤어지라고 할 분들이 아니셨다.


그저 슬퍼하실까 봐 말씀을 못 드렸다.


그리고 우리도

이미 진행될 대로 된 결혼준비를 멈추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그냥 결혼을 진행할 생각이었다.

아프다고 헤어질 사이가 아니기 때문에

예전처럼 잘 치료받고 말씀드리려 했었다.


큰 통증이 없었고

방사선을 잘 받았고

검사에서도 조금 작아졌고

다른 곳으로는 안 퍼졌다고 했다.


정말 다행이었다.

그렇지만 오빠는

계속 찝찝하다고 했다.


몸에 남아있다는 사실이 찝찝해서

얼른 없애버리고 싶다고,

오빠가 본능적으로 알았던 것 같다.

같이 가면 너무 위험한 녀석이라는 걸


그래도 어찌어찌 상견례까지 마치고

이제 대부분의 결혼 준비는 끝이 났었다.


그 무렵,

나는 또 출장길에 올랐다.


이번에는 광양,

멀고도 먼 출장길을 참 자주도 갔었다.


회사 생활을 하느라

아픈 오빠와 함께 해주지 못했던 것이 요즘도 참 미안하다.



한 번은 오빠가 나와 함께 가고 싶던 리조트에

회사 휴양지 당첨이 됐는데

내가 업무 하느라 휴가를 안 냈었다.

오빠가 정말 그렇게 가고 싶어 했던 곳이 처음이었는데

아직도 너무 미안하게 느껴진다.


그때는 결혼 앞두고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런다고 누가 크게 알아주는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열심히 했는지

내 사람은 챙기지도 못하면서

오빠한테 너무 미안하다.

다음에 꼭 가자.



출장 탓에 주말에만 오빠를 볼 수 있었는데,

오빠 컨디션은 나쁘지 않은 것 같았는데,

자세히 살피지는 못했었다.


그런데 얼굴 곳곳에

못 보던 점이 생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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