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도 잘 지내고 있는거지
오빠!
나 제주도 잘 다녀왔어
2주 이상을 계획하고 간 제주에서 일주일만에 돌아왔지 뭐야.
혼자 여행한다는거 생각보다 더 쉽지 않더라구..
그래도 좋은분들 만나서 재미있게 다녀왔어
사람들이랑 함께해서 즐거운 날도 있었고
나 혼자라서 우울한 날도 있었는데
내가 내린 결론은 난 사람들 속에서 행복한 사람이라는거야
오빠도 아프고 계속 힘든일이 생기면서
행복한 사람들을 보는게 힘들어서
점점 주변 사람들을 멀리했었는데
제주도 가보니 알겠더라
난 사람들을 좋아하나봐
오빠 아프기전을 떠올려보면
우리는 진짜 사람들이랑 어울려노는걸 좋아했었어
내 친구들, 오빠 친구들, 다 같이 모여놀기도 하고...
그 덕에 오빠는 내 친구들과
나는 오빠친구들과 친구처럼 지내고 있기도 하고 말이야
그덕에 오빠 간병때도 도움 많이 받았지
응원도 많이 받고...
이제 혼자다!
하고 제주도를 가보니 커플들, 가족들이 많더라
혼자 가본적이 없어서 몰랐는데
혼자 온 사람들도 꽤 있더라고
근데 나는 혼자서는 잘 못즐겼어
외로웠어 그냥...
나만 혼자네... 했어
끄앙 외로워 하면서 친구들한테 카톡했다!
그러다가 게스트하우스 가서 사람들 만나서 대화해봤는데
어색하면서 그래도 재밌는거야...
그래서 난 혼자는 안되는구나 했어
게스트하우스 가보니
혼자 여행하는걸 좋아하는 분들도 많더라구
난 그분들이 되게 되게 부럽더라
혼자서라도 행복할 수 있는 사람들
나도 그게 되는 날이 있을까?
아니면 안되는걸까?
어릴때부터 4남매로 복작복작 살아와서 그런지,
계속 기숙사 생활을 해서 그런지,
어쩌면 혼자였던 시간이 없었던 것 같아
오빠랑도 긴시간 함께하면서 내가 혼자있을 기회가 없었던 것 같아
그래서 요즘은 의식적으로라도 혼자있는 시간을 많이 연습하고 있어
나이가 서른인데 혼자 있는 법을 이제야 연습한다니
참 애기다 애기야
그치?
오빠,
나 이번 여행 다녀오고
좀 잘 살고 싶어졌어
우울해서 힘든 날도 있었지만 괜찮은 날도 있었어
재밌는 날도 있었어
어쩌면.. 나 예전의 나로 돌아갈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처음 해본 여행이었어
물론 얼마 못가 또 힘들어할 수도 있겠지만,
처음보는 분들과 대화를 나누고
내 이야기를 하고
오빠도 내가 잘 지내길 바랄거라고 해주는 사람들 속에서...
처음보는데도 따뜻한 사람들과 함께하며
오빠의 바람대로 내 바람대로
잘 지내보기로 결심했어
이제 오빠가 간지도 반년이 흘렀는데,
반년동안은 나 진짜 제대로 못산거 같애
바람 불면 눈물나고
햇빛 있으면 눈물나고
누가 툭 치면 언제라도 툭 부러지게 그렇게 살았던 것 같아
근데 이번 여행에서는
이제 좀 사람답게 살고 싶어졌어
그래서 열심히 살아볼거야!
오빠도 위에서 응원많이 해주고
나 잘지낸다고 너무 서운해하지말아줘 :)
늘 고마워 오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