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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우리의 10주년을 축하해

몸은 떨어져있지만 마음만은 함께하자

by 연두부

안녕 오빠!

우리 오늘 10주년이네, 잘 지내고 있어?

오늘만큼은 오빠도 그곳에서 날 그리워하고 보고싶어 할 것 같아

그치?ㅎㅎ 우린 늘 같은 마음이었으니까...


나는 오늘, 오빠가 너무 보고 싶을까봐 너무 겁이나서

미리 바쁜 일정을 세웠어


오전에는 오빠보러 납골당 가서 오빠친구들을 만나서 점심을 먹고

오후에는 친구를 만나서 커피도 마시고 저녁도 먹었어


매주 가던 납골당을 오랜만에 가니 오빠가 내 곁에 없다는 사실이 더 실감이 안났어

나 살겠다고 병원다니고 휴직하고 납골당도 자주 안가고...

오빠가 여행갔다고 생각해야만 겨우 살 수 있어서...

오빠가 떠난걸 애써 외면하고 있는 나를 너무 미워하지는 말아줘

안미워할거 다 알지만 나만 생각하라고 할거 너무 잘 알지만

내가 미안한 마음이 많이 드네


이렇게 휴직할거였으면

오빠 휴직하고 쉴 때 같이 여행이라도 다닐걸

야근하지 말고 오빠 곁에 더 있어줄걸

너무 후회되는 요즘이야

뭘 위해 그렇게 애써 살아온걸까

나에게 가장 소중한건 그때도 지금도 오빠였는데 말이야


난 분명 오빠와 함께하는 미래를 꿈꿔서 더 열심히 살았던건데,

오빠의 건강이 좋아지다 안좋아지다 반복하니 오빠가 좋아질줄만 알았었어

바보같은 나의 착각이었지

좋아지더라도 오빠 곁에 늘 있었어야지

현재가 중요하지 미래가 뭐가 중요하다고 참


오늘은 날 만난게 천운이었다는 오빠의 말이 계속 생각나는 하루였어

오빠 말처럼 오빠는 날 만나는데 운을 다 써버린걸까

우리가 안만났다면 오빠는 안아팠을까 하고 미운 생각도 해버렸어


우리 만나면서 많이 싸우지도 않고 서로 아끼며 만났는데 너무 예쁜 사랑이라 갈라진걸까?

벌써 오빠가 내 곁을 떠난지 6개월이 다되어가...

이제는 오빠와 함께였던 아름다웠던 시간들이 꿈같이 실감이 안나기도 해

내가 살려면 오빠에 대한 기억을 희미하게 가져가야하고

또 그건 슬퍼서 오빠를 생각하면 오빠 없는 지금이 내가 너무 힘들고

나 어떻게 해야할지 너무 어렵고 무섭다


보통 아이가 있는 사별자분들은 아이를 보며 배우자를 기억하던데

우리는 아이는 없지만 오빠가 내게 남긴 많은 것들을 보며 항상 오빠를 기억할 수 있어

엄마 집 냉장고도 오빠가 사준거잖아

냉장고 열때마다 오빠 생각 나

차끌때마다도 오빠가 나 태우고 다니던 생각하고

조수석이 아닌 운전석에 있는 내가 아직도 좀 어색할때가 있어


오빠, 그곳은 평온해?

내가 걱정안해도 될 정도로 잘 지내고 있어?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운동도 많이 하고

오빠 하고 싶었던거 다 하고 있지?


나는 너무 힘들어

그렇지만 그냥 살아가

어느날은 괜찮은듯 하기도 하고

어느날은 심장이 뚫릴듯이 울기도 하고

그런 하루 하루를 버티며 살아가


내일은 나 혼자 제주도를 가

제주도...

우리 둘에게 추억이 참 많은 곳인데

이제 그곳을 혼자 가


그냥 현실에서 도망치듯 떠나

고민하고 고민하던 곳이 제주도야


더 멀리 떠나고 싶지만 혼자 여행이 처음이라

기껏 도망간다는게 제주도야


제주도 가면 오빠 더 보고 싶겠지?

나 안힘들고 푹 쉬고 돌아올 수 있게

오빠가 나 좀 도와주면 좋겠다


6월 3일, 우리의 기념일

날씨도 너무 좋아서 난 매년 오늘을 잊지 못할 것 같아

앞으로도 오늘만큼은 늘 오빠를 진하게 기억할 것 같아


우리 너무 힘들었던 8주년,

병원에서 함께 있었던 9주년,

그리고 따로 보내는 10주년,

이 힘들었던 3주년 말고...


우리 함께 행복했던...

오빠가 처음 커플링을 사줬던 1주년,

같이 여행갔던 2주년,

조금은 투닥거렸던 3주년,

무심하게 소고기 구워먹었던 4주년,

같이 처음으로 코스요리 먹고 우리랑 고급은 안맞다고 떠들던 5주년,

오빠 투병하느라 식단관리 하는데도 내 선물 사와서 서프라이즈 해주던,

같은 숫자 초 "6"을 사와서 낄낄대던 6주년,

그리고 오빠가 프로포즈 선물로 비싼 목걸이를 사주었던 7주년,


이렇게 마음 덜아프고 지냈던 7년을 더 진하게 기억할 수 있도록 노력할게


그래야 오빠가 덜 억울할테니까,

오빤 나에게 행복을 준 시간이 훨씬 많아

물론,

오빠가 아플때도 나에게 오빠는 늘 사랑이었어


긴 시간 이런 사랑을 나와 나눠주어서 고맙고

여전히 사랑해


나 좀 덜 힘들게 위에서 많이 도와줘

고맙고 미안하고 사랑해♥


2025년 6월 3일,

오빠가 보고싶은 오빠의 연경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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