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산 사람은 산다는 말을 정말 싫어합니다

어떻게 살아있는지도 모르면서...

by 연두부

지난주에는 출장을 다녀왔다.


기차역에서 큰 꽃다발을 소중히 들고 가는 남자분을 보았다.


곧바로 오빠가 생각이 났다.

꽃을 너무 많이 너무 자주 사줘서 나중엔 꽃사주지 말라는 말도 했었는데,

요즘에는 짠돌이 오빠가 꽃을 사는 그 마음이 얼마나 크고 예뻤는지 생각이 든다.


계속 그 꽃다발을 보다보니 나 몰래 꽃다발을 서울에서 제주까지 가져오던 오빠가 기억났다.


프로포즈를 제주도에서 안하면 결혼 안해준다고 했더니만

꽃없는 프로포즈는 안되겠는지,

꼭 서프라이즈로 해야겠는지,

큰 운동 가방에 꽃다발을 몰래 숨겨왔었다.


그날이 오빠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나와의 시간 약속에 헐레벌떡 나온날이다.


서프라이즈 하느라고


참 귀여운 연애였고 소중한 연애였다.


오빠 장례식을 하면서 꽃을 고르면서 나는 꽃을 해줘본적이 없네 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아마 오빠가 나를 행복하게 해준 꽃들이 그날 오빠가 가는길을 장식한 꽃보다 훨씬 많을 것 같다.


이 고마움을 생각하며 더이상 슬퍼하지 않고 그리워만 하고 싶다.


오빠가 좋아했던 나는

밝고 잘 웃는 모습이었으니

밝고 잘 웃고 싶다:)




오빠를 그리워만 하기도 부족한 시간인데

회사를 다니고 있고 업무도 많고 없어도 되는 안좋은 일들도 많다.

오빠가 있을 때 자주 털어놨던 일들인데 오빠가 없으니 털어놓을 곳도 없다.


회사때문에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다고 하면

자기가 있으니 늘 그만두라고 했던 오빠인데,

막판에는 회사가는게 낫겠다고 말했던게 너무 가슴에 남는다.


안해도 될 말들도 했던 힘든 시간들,

다 잊고 좋은 기억만 가지고 가줬으려나


정말 다 해줬다고 생각하는데도 아쉬움만 남는거 보니

오빠 정말 내겐 엄청난 사람이었다.


오빠를 보내고

하나 하나 해내야하는 현실적인 일들을 하다보니

벌써 5개월이 흘렀다.

오빠가 없는 시간을 내가 5개월이나 버텼다는 것이,

이렇게 살아있다는 것이 참 신기하다.


산 사람은 산다는 말을 지금도 싫어하지만

웃기게도 나는 살아있다.


그래도 주변에 그런 말은 하시지 않길 바란다.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안다면

그런 말을 못할 것이다.


정말 죽지못해 이악물고 버티는 삶이다.


요즘 스트레스가 커지니 오빠에 대한 그리움은 더 커진다.

보고싶다 오빠...


6월 3일은 우리 10주년,

7월 12일은 오빠 생일

6월 7월 나 또 꽤많이 힘들 것 같은데

나 좀 잘 달래줘 오빠


사랑해!!!

keyword
이전 25화간절히 바랬더니 웃으며 꿈에 나온 오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