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끝나는 자리

혼돈의 서 11장

by 연월랑

밤은
산길 위에서
끝나고 있었다.

백호는
말을 달리고 있었다.
물러난 것이었고,
다음 밤을 남겨둔 이동이었다.

그때,
첫 화살이
어깨를 꿰뚫었다.

말이 무너졌고,
백호는 땅 위로 굴러 그림자가 먼저 온다.

숲은
지나치게 조용했다.

그는
몸을 일으켜
칼을 뽑았다.

이건 전투가 아니었다.
추격도,
보복도 아니었다.

정리였다.

두 번째 화살이
부하의 목을 꺾었고,
세 번째가
말의 눈을 꿰뚫었다.

비명은
나오지 않았다.

백호는
이를 악물었다.

이건
하늘의 뜻이 아니었다.
누군가가
하늘을 대신해
결정을 내린 밤이었다.

숲이
동시에 울렸다.

무수한 화살이
한꺼번에 날아왔다.

백호는
몸을 낮추지 않았다.

옆구리가 찢어졌고,
허벅지가 꿰뚫렸으며,
마지막 화살이
가슴에 박혔다.

그는
무릎을 꿇었다.

칼은
끝내 손에서 놓지 않았다.

바람이 불었고,
화살은 더 오지 않았다.

그날 이후,
그 산길에서
사신무의 군세는
다시 보이지 않았다.



새벽은
쉽게 오지 않았다.

불은 꺼졌고,
연기는 흩어졌으나
밤의 냄새는
땅에 남아 있었다.

윤검은
마을 어귀에 서 있었다.

무너진 담,
덮이지 않은 몸들.

그들은
도망치지 않았다.
지키려 했고,
그래서
여기 남아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울지 않았다.

무너진 집 앞에서
한 사람씩
고개를 숙였다.

윤검은
우물가에 앉아
칼을 씻었다.

물은
붉어졌다가
이내 맑아졌다.

그러나
밤의 결은
칼에 남아 있었다.

연은
조금 떨어진 곳에 서 있었다.

말하지 않았다.
윤검이 먼저 말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촌장이 다가왔다.

“떠나셔야 합니다.”

“우릴 쫓는 겁니까.”

“아닙니다.
우릴 살리려는 겁니다.”

촌장은
북쪽 하늘을 가리켰다.

구름 사이로
붉음이 번지고 있었다.

전쟁이 오기 전,
늘 먼저 나타나는 색이었다.

그날,
그들은 떠날 준비를 했다.

짐은 적었다.
숨과
발만 남겼다.

연은
아이에게서
작은 천 주머니를 받았다.

“이름 대신입니다.”

연은
말없이 쥐었다.

윤검은
마을을 돌아보았다.

여기서
칼을 들었고,
피를 흘렸고,
다시 떠난다.

해가 오를 즈음,
그들은 산길로 접어들었다.

뒤돌아보지 않았다.

연이 말했다.

“북쪽이…
계속 붉어.”

윤검은
칼자루를 쥐었다.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피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밤은 끝났고,
세상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고 있었다.



이전 10화칼이 마을을 가르지 않을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