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담 위의 시간

손끝으로 만지는 세월의 온도

by 연월랑

아침 햇살이 돌담 위로 번졌다.

빛은 돌의 결을 따라 천천히 스며들며,

세월이 남긴 흔적마다 고요히 숨을 쉬었다.

나는 담장 옆을 천천히 걸었다.

손끝이 거친 면을 스치자,

차가운 돌이 아니라, 오래된 온기가 스며왔다.




돌 하나, 돌 하나마다

누군가의 손길이 남아 있었다.

그 손들은 이미 세상을 떠났지만,

그들의 온도는 아직 돌 속에 머물러 있었다.

시간은 모든 것을 지나가지만,

돌은 그 모든 시간을 품은 채 서 있었다.




성루를 지나며, 나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기와의 매달린 그림자가

햇살과 함께 천천히 흔들렸다.

바람이 불 때마다

그 그림자가 내 어깨 위로 천천히 내려앉았다.

마치 오래된 손 하나가

잠시 나를 어루만지는 듯했다.


성루를 벗어나 다시 돌담길을 따라 걸었다.

시간은 멀어지고, 감각은 가까워졌다.

발밑의 자갈이 굴러가며,

기억의 문을 살짝 밀었다.

나는 문득,

시간이란 손끝으로 느껴야 하는 것임을 깨달았다.

보는 것이 아니라, 만지는 것.

그 감촉 속에 기억이 있고,

그 기억 속에 우리가 있었다.




고궁의 한 모퉁이에 서서

햇살이 기와를 덮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바람이 돌담을 쓰다듬고,

그 돌담이 다시 나를 감쌌다.

순간,

내 안의 시간도 조용히 숨을 쉬는 듯했다.


나는 잠시 멈춰 그 돌에 얼굴을 가까이 댔다.

돌의 표면은 차가웠지만,

그 차가움 속에는 오래된 온도가 있었다.

그 온도가 손끝에서 마음으로 번질 때,

비로소 알았다.

시간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조용히 남아 우리 안에 숨 쉬고 있음을.

작가의 이전글그날 오르지 못한 언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