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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코 Sep 03. 2023

10화 번외 편

밥상 일기에 대한 자기 고백

10화 번외 편


일상에서 내가 나를 위해 할 수 있는 작은 일들은 무엇일까? 이런 맥락의 질문들을 머릿속에서 수없이 반복하는 그 치열한 찰나에도 나는 부엌에서 밥과 어울릴 반찬을 만들고 있었다. 부엌 붙박이 신세를 저항하고, 그곳에서 벗어나 자유를 만끽하고 싶었던 그 순간에도 나는 주방 어딘가에서 서성이며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돌이켜 보면 그런 내 모습이 썩 나쁘지 않았다.


“엄마, 오늘 아침은 뭐야?”

“여보, 가지무침 맛있네.”

“왈왈왈.”


내가 부엌 한편에서 분주한 독주를 달릴수록 남편, 아들, 그리고 강아지까지 내 옆을 스치며 한 마디씩 건넨다. 나는 답변 대신 식탁 위에 툭툭 완성된 밑반찬들을 놓고, 익숙한 냄새를 온 집안에 선사한다. 수저를 놓으면 우리 집 강아지는 아빠랑 형아를 부르기 위한 우렁찬 짖음을 시작한다. 식탁 밑에 있는 강아지를 포함한 우리 네 식구는 이렇게 밥상 앉아 서로를 바라본다.


생활할 수 있는 힘의 원동력인 밥이라는 온기의 부름에 나는 기꺼이 호응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때론 남자 셋(강아지 포함)의 기대하는 눈빛에 부응하기 위해 냉장고를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하며 그곳에 서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누구를 위한 다는 것을 밥상 위에 있는 음식들로 표현하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것이 또한 나를 위한 것이었음을.


여러 직업란의 카테고리 안에 주부라는 것을 체크할 때 묘하게 자존심이 상했었다. 찬찬히 살펴보면 나는 내 전공을 살리지도 못했고, 아이를 키우면서 일을 구하는 것을 시기적으로 미루고 있었다. 간간히 계약직 알바 정도는 했지만. 누구를 탓하랴! 그래서 나는 자영업자 남편의 경리이자 아이를 키우고 공부시키며, 가사 노동과 집안 경제를 두루 관리하고, 모든 대소사를 처리하고, 반려견 케어도 하는 만능꾼이 되어가고 있었는지도.


그리고 나는 이 모든 틈새를 비집고 글을 쓴다,

나만의 밥상 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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