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손, 왼손은 그저 거들뿐
11화 고마운 가지 편
“니코, 통화되나요?”
며칠 전, 텃밭에서 수확한 채소들을 가져다준다는 반가운 지인의 목소리. 가지, 고추, 대파까지 귀한 식재료를 두고 간 정성에 이것을 가지고 무엇을 해 먹을까? 행복한 고민에 빠졌었다.
만날 때마다 서로 오가는 반찬과 식재료 품앗이 속에 피어나는 정은 소박한 일상에 기쁨이 되어 준다. 뭘 더 챙겨주고 싶은 마음에 가슴은 늘 부산스럽게 호들갑을 떨기도 한다.
가지는 무쳐도, 볶아도, 튀겨도 그 맛이 일품이고 색감 또한 우아해 나는 이 야채를 참 좋아한다. 여름이면 할머니가 만들어 주신 가지 냉국도 참 맛있었는데 상상력이 부족한 나는 그 맛을 좀처럼 구현하기 어려워 언젠간 제대로 만들어 보리라는 말만 몇 년째 외치고 있다.
부침가루에 묻혀 바삭하게 구운 가지전과 표고버섯과 양파를 넣은 가지볶음. 크게 기교를 부리지 않아도 맛의 본연을 지키는 식재료 덕분에 오른손, 왼손은 그저 사뿐히 거들뿐이다.
맛있게 잘 먹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