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이라는 이름을 움켜쥔다.
13화 감자계란샐러드 편
예전에 지인이 아이들을 데리고 집에 놀러 온 적이 있었다. 빈손으로 와도 반가운데 점심으로 먹자며 오이와 햄이 들어간 계란 샐러드에 식빵을 구워왔다. 평범하게 아는 그 맛이 그날따라 유난히 맛있어서 식탁에 눌러앉아 체면도 잊은 채 허겁지겁 먹었던 기억이 난다. 급하게 먹었는데도 소화가 잘 된 거 보면 어지간히 꼭꼭 잘 씹었는 가 보다.
감자, 고구마, 삶은 계란이 텁텁하다는 이유로 번번이 사양했던 아들의 입맛이 점차 바뀌면서 밥상의 풍성함이 점차 달라졌다. 아직도 계란 노른자는 잘 안 먹지만. 흔한 식재료를 간식이나 밥반찬으로 선뜻 밥상에 올리지 못했던 지난날의 원통함을 단번에 보상받으려는 내 심리가 이 음식에 반영되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나는 특별했던 맛의 기억과 그동안의 억울함을 마구 섞은 감자계란샐러드를 만들었다.
“ 엄마, 이거 더 없어? 꿀맛이야. ”
밥상에서 오가는 이런 사소한 한 마디에 나는 정성이라는 이름을 움켜쥐고 또 다른 밥상을 위해 부엌에 서성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