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니코 Sep 07. 2023

14화 매콤불고기전골 편

사실 난 매운 음식을 잘 먹어.

14화 매콤불고기전골 편


나는 스스로를 ’ 맵찔이’라 말하지만 사실 매운 음식을 잘 먹을 수 있다. 하지만 먹고 난 뒤에 흘러내리는 눈물과 콧물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 즐겨 먹지 않는다. 간혹 밤마실 나갈 기회가 생겨 화장을 한 날은 특히나 매운 음식류를 피하고 싶다. 어쩌다 한 번 하는 화장에 찬물을 끼얹고 싶지 않은 마음이랄까.


집에서 신나게 코를 풀요량으로 기존 간장 베이스에서 벗어나 고춧가루와 청양고추를 넣은 매콤 불고기 전골을 만들었다. 자작한 국물에 매콤함을 더하니 부엌에 서서 간 보다가 밥 한 공기를 다 먹겠다 싶었다. 주로 간을 보다가 정작 내 끼니를 건너뛰는 일이 얼마나 많았던 가를 새삼 곱씹어 보게 된다. 밥상에서 만난 남편은 몇 숟갈 먹어보더니 연신 얼굴을 끄덕였다. 수저를 다루는 손놀림은 또 얼마나 빨랐던가. 나는 그런 것을 눈여겨본다. 눈물과 콧물의 호소에 닦아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나는 남편과 다른 속도로 천천히 밥과 전골을 먹었다. 남은 소스에 볶음밥을 만들어 먹고 싶었지만 이미 배부른 우리는 말로만 볶음밥 만들어서 허공 속으로 내뱉아버렸다.


”아, 맞다! 김가루가 중요한데, 볶음밥에. ”


해 먹지 않은 볶음밥에 들어갈 김가루의 중요성을 알리며.



작가의 이전글 13화 감자계란샐러드 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