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아이는 믿었다
세계를 구원할 수 있다고
세상을 이해할 수 있다고
어쩌면
그래야만 한다고
나는 그런 걔를
더 중요한 것이 남았다는
그런 기분을 지울 수가 없으면
모서리를 접어
걔가 자주 하던 그거 말이야
동그라미를 꿈꾸면서
모서리를 자꾸 접다 보면
다시 모난 부분이 튀어나와
그러면 걔가 말해
그래도 조금 덜 날카롭다
그렇지?
있잖아, 내가 떠나면
네가 모서리를 접어줘
지칠지도 몰라 결국에는
그 무엇도 이해하거나
구원할 수 없을 테니까
포기하는 일과 접는 일
누군가는 헤아릴 수 없겠지만
그래서 비웃을 지도 모르지만
포기하지 마
동그란 세상이 오면
우리는 언젠가 만날 테니까
그러니까 영원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