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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영 Feb 04. 2024

고백


    선생님,


    요즘 자주 눈물이 나요


    지난주에는 넘어져서 아이처럼 엉엉 울었어요

    상처가 그다지 아팠던 것도 아닌데요


    대체 뭐가 서러웠던 걸까요?


    잠은 꽤 잘 자는 것 같은데 자주 울면서 깨요

    꼭 그런 일은 꿈에서 먼저 생기더라고요


    그래도 일찍 잠들거든요


    세상은요 눈을 뜨거나 감아도 별반 차이가 없어요


    저는 이 지구에 살아도요

    자주 다른 세상에 건너가거든요


    문장이 세계가 되기도 해요

    사랑해서 서러운, 그 어떤 문장을 찾으면 온종일 그것만 곱씹을 수 있어요


    문장에서 살아가는 기분을 아세요?


    한때는 끝내 머무는 것이 사랑이라고 믿었는데

    지금은 뭐든 너무 무겁다는 생각을 해요


    투명한 게 제일 무서워요


    바닥에 비친 애처로운 얼굴 어딘가 고장 난 걸까요?


    어려워요, 뭐든 사랑하는 것이요 

    그중에서도 저를 제일


    하루 종일 슬픈 날도 있었어요 

    전쟁이 끝나지 않아서 누군가 사기를 당해서 뭐 이런저런 이유로요 


    그렇다고 제가 뭘 한 건 아니에요


    무언가를 잔뜩 움켜쥐면 저도 그렇게 될까요?

    그러면 저는 아무것도 가지지 않고 싶어요


    아, 이제 그만


    감정이 요동칠수록 침착해야 해요 여기서는 큰 소리를 내면 안 되거든요


    선생님, 그러니까요

    이 말들은 여기 잠깐 내려두고 갈게요

    

    저는 하나만 챙겨가면 되니까요


    맞아요 그거요, 가장 무거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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