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문 앞, 수정 문구점에서 팔던 음식들이다.(그때는 문구점에서 음식도 함께 팔았다.) 수업이 끝나면, 친구들은 문구점으로 쪼르르 달려가 좋아하는 불량식품을 하나씩 골랐다. 나만 빼고. 엄마는 길에서 음식을 사 먹거나, 걸어 다니며 먹는 걸 싫어하셨다. 먹는 걸 걸렸다가는 등짝 스매싱에 잔소리 폭격이 이어질게 뻔했다.
약간 쌀쌀한 가을날이었다. 학교 앞은 따뜻하고 고소한 기름 냄새가 자욱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포슬포슬한 메추리알 꼬치가 먹고 싶었다.
"엄마 내일 학교 끝나고 메추리알 꼬치 사 먹어도 돼?”
“밖에서 파는 음식 사 먹고 다니지 말랬지. 엄마가 해줄게~”
백종원급 요리솜씨를 가진 엄마가 만들어준 음식이라도, 수업을 마치고 친구들과 함께 먹는 불량식품만큼 맛있진 않을 거다. 내가 먹고 싶었던 건, 친구들과 깔깔거리며 각자 음식을 한 입씩 나눠먹던 그 시간이었다.
불량식품을 입에 넣고 행복해하던 그 시절. 엄마에게 들킬까 봐 집 앞에서 입을 닦고 남은 음식을 꿀떡 삼키고 들어가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제는 내 딸이 불량식품을 먹고 싶어 한다. 놀이터에서 노는 날엔 꼭 무인 아이스크림가게에 들러 친구들과 신중하게 먹을 걸 고른다. 몸에 좋지 않은 이 불량하지만 즐거운 추억을 내 딸에게는 가끔씩 허락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