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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니책방 Apr 05. 2024

벚꽃 한 송이가 주는 완벽한 행복

벚꽃이 하늘 가득 피어난 봄날이었다. 오늘도 하원 후 놀이터로 뛰어가는 딸의 뒷모습을 바삐 좇는다. 골목길에 소복이 쌓인 벚꽃 잎이 아이의 발걸음에 맞춰 떠올랐다가 다시 얌전히 가라앉았다. 매일 가는 놀이터가 저리도 반가울까. 먼저 와있는 친구들과 재잘거리는 소리는 합창단의 노랫소리처럼 가늘고 곱다.     

한 번 놀이터에 왔다 하면 2시간은 기본이다. 게다가 엄마 껌딱지인 우리 딸이 나를 찾는 일은 거의 없다. 이렇게 날이 좋을 땐, 책 한 권 가지고 나와 나만의 세상에 빠져들기 딱이다. 그날 읽는 책이 또렷이 기억난다. 김영하의 [여행의 일기].     



"엄마~~~ 엄마~~ 엄마!!"

놀이터에서 사랑이가 나를 찾는 일은 넘어져서 다쳤거나 친구와 다툼이 있을 때뿐이라 놀란 마음에 얼른 고개를 들었다.

"미끄럼틀에서 벚꽃 주웠어~ 이쁘지? 엄마한테 주는 선물이야."

얼굴 가득 행복을 머금고 낱알이 떨어진 꽃잎이 아닌 소담스러운 벚꽃 한 송이를 나에게 내밀었다.

"내가 본 중에 가장 예쁜 꽃이라 엄마 주는 거야~ 소중하게 간직해~"     

너를 낳지 않았다면 이 충만한 사랑을 받아 볼 수 있었을까. 꽃의 여왕 장미도 네가 내게 준 보얗고 하얀 작은 마음보다 예쁠 수는 없지. 보통의 날 속에 숨겨진 보 같은 행복들이 나를 좀 더 나은 어른으로 성장시킨다. 평범한 시간의 경이로움을 깨닫는 순간 역시, 평범한 것에서부터 시작됨을 잊지 말자. 오늘 이 작은 꽃송이로 나의 하루는 완벽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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