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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아 Jan 21. 2020

나는 그 사람을 모른다.

두 번째 사람 비하인드: 아는 줄 알았지, 그것도 잘 

<서울이십> 두 번째 인터뷰이는 2015년에 만나, 어느새 꽉 채워 4년을 알게 된 성혁 쌤이다. 


(대충 사설이라 뛰어넘어도 된다는 내용) 이쯤에서 솔직하게 고백하건대, 나는 세상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바꾸는 데는 관심이 많아도, 직접 봉사를 하는 것에는 별 흥미가 없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교환학생을 다녀온 후, 지금은 기억나지 않는 정말 알 수 없는 이유로 교육봉사를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곳에서 성혁 쌤을 만났고, 1년 동안 400시간 넘게 붙어서 동고동락한 만남이 지금까지 이어져 온 것이다. 


처음에 성혁 쌤을 만났을 때는 ‘정말 안 맞는 사람’이라고 느꼈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웹툰을 보면서 독특하다는 소리를 들었던 사람(나)과 웹툰을 왜 보는지 모르겠다는 사람(성혁쌤)이 만났으니 그럴 수밖에. 그 후로도 긴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근본적인 성향과 가치관에 있어서, 우린 다른 사람이라는 걸 종종 느끼고는 했다. 


그럼에도 성혁 쌤을 두 번째 인터뷰이로 초대한 건, 내가 생각한 <서울이십>의 주인공과 가장 닮은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세상이 말하는 ‘평범한 회사원’이지만 자신만의 취향과 취미가 확고한 사람. 그래서 나만 듣기에는 아까운 이야기를 자꾸만 꺼내는 사람. 


처음에는 인터뷰가 어렵지 않을 거라고 예상했다. 대충 쌤이 이야기할 내용을 예상할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아니나 다를까, 그건 역시 나의 오만이었다. 이 글을 성혁 쌤이 본다면 ‘왜, 나는 평소랑 똑같이 이야기했는데’라고 말할지 모르겠지만, 이야기를 하는 2시간 혹은 4시간 동안 나는 쌤의 아주 사소하지만 중요한 특징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는 미처 눈치 채지 못했던, 하지만 알고 나니 아- 그러네, 맞네 싶었던.


성혁 쌤의 인터뷰는 들여다볼수록 새롭다. 같은 텍스트인데도 새로운 이야기가 생겨난다. 그래서 녹취록을 읽을수록 이야기에 살이 붙어 탄탄해진다. 인터뷰를 완성해갈수록, 평면적이던 사람은 점점 입체적으로 변해갔다. 완성된 원고를 읽고 있으면 예전보다 그 사람을 더 모르게 된 것 같기도 하다. 그렇지만 적어도 앞으로 나는 성혁 쌤의 말과 행동을 속단하지는 않을 거라는 사실 하나만은 확실해 보였다. 

 

어쩌면 내가 <서울이십>이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한 건, 그리고 인터뷰이 자리에 지인들을 자꾸만 앉히는 건 그 사람을 진짜 모습을 더 알고 싶다는 호기심에서 시작된 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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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송수아

사진 장인주

디자인 천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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