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WOOF: 영국 시골농장 여행기 #2
대학생이면 누구나 한 번쯤 꿈꾼다는 유럽 여행과 대학생이면 누구나 한 번쯤 해야만 한다는 인턴.
나는 한 치의 고민도 없이 인턴을 선택했다. 유럽 여행을 가기로 마음먹은 지 2주도 지나지 않았던 참이다.
어느 날 교수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간단한 안부를 나눈 후 교수님은 나에게 회사 한 곳을 소개해주셨다. 나는 조심스럽게 거절하려 했지만 이번 기회에 이력서랑 준비해 보고 면접도 경험해 보면 좋을 거라는 말에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내 주위에 이력서 한번 안 써본 애는 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유럽 여행에 아무 차질이 없을 만큼 강한 확신이 있었다.
‘설마 내가 뽑히겠어?’
하지만 누가 그랬던가. 강한 확신은 대부분 착각이라고.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다음 주부터 출근을 앞둔 인턴이 되어 있었다. 기쁨을 느낄 새도 없이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큰일 났다. 예린이한테 뭐라고 말하지?’
그렇게 마음을 질질 끄는 사이 며칠이 흘렀고 이제는 예린에게 사실과 사과를 전해야 할 때가 왔다. 나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전화를 걸었다.
“예린아, 내가 며칠 전에 인턴 면접을 봤는데 합격했어.”
“잘됐네. 거기 다니고 싶어?”
“좋은 기회인 것 같아.”
“그래. 그럼 가야지.”
예린은 원래 혼자 갈 예정이었다며 담담하게 말했지만 나는 미안함에 마치 가시 방석 위에 앉아있는 기분이었다. 잠깐의 침묵 후 예린은 말했다.
“근데 불안함 때문에 선택한 건 아니었으면 좋겠다.”
예린은 내 정곡을 찔렀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난 어느 때보다 사회 속으로 들어가야만 한다는 압박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 나에게 얼떨결에 손에 얻은 인턴 자리는 행운과 같았다. 여행과 인턴, 휴식과 노동 그 무엇이든 상관이 없었다. 속에서 점점 불어나는 불안함만 없애준다면.
“예린아 나 잘할 수 있겠지?”
“무슨 일 년 동안 다니는 것도 아니고. 세 달이면 금방이야. 그리고 만약에 못 다니겠잖아? 비행기 표 끊고 유럽으로 와.”
예린의 덤덤함에 순식간에 긴장이 풀려 나는 하하하-하고 웃었다.
통화를 마치고 잠시 머리가 멍했다. 언제는 선택지가 없어서 곤란했는데 지금은 선택지가 너무 많아서 곤란하다니. 역시 무계획이 계획인 건가?
앞으로 세 달 동안 내가 머물 곳은 유럽이 아닌 서울의 어느 사무실이 되었다. 배낭 여행자가 아닌 인턴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