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쇼핑할 때 말 안 거는 상점
옷과 소품 구경하는 것을 좋아한다. 옷가게에서 조용히 구경하고 있는데 어느샌가 직원이 내 옆에 밀착해서 이번 신상에 대해서 소개하고 이 옷이 나와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한다. 더 구경하고 싶지만 부담감에 “다음에 또 들를게요”라고 말하며 발길을 돌린다. 그래서 편하게 둘러보라고 먼저 말해주는 곳이 좋다. 소심한 사람은 진짜 도움이 필요할 때만 말을 하는 곳을 원한다. 요즘 무인 소품샵이 많이 보이는데 이곳은 정말 최고다. 작고 귀여운 것을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구경할 수 있다니! 나 같은 사람에겐 지상낙원과도 같은 곳이다.
2. 조용한 카페
동네 카페를 좋아한다. 문을 열면 고소한 커피향기가 가득하고 잔잔한 배경음악과 적당한 사람들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곳. 그곳에만 있는 시그니처 커피를 마시는 재미도 있어서 좋아한다. 볕이 잘 드는 창가에 앉아 책을 읽으며 맛있는 커피를 마시는 시간은 언제나 행복하다. 그래서인지 대기업 카페와 대형카페는 잘 안 가게 된다. 높은 확률로 많은 사람들이 있어 시끄럽기 때문이다. 어쩌다가 이곳에 가게 되면 10분 만에 집 생각이 간절하게 난다.
3. 도서관, 서점
책을 좋아하는 소심한 나는 먼저 말을 거는 사람도 없고 타인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차분한 이곳이 좋다. 오롯이 나와 책만이 존재하는 곳. 특유의 아늑한 분위기도 작은 내 마음을 위로하는 듯하다.
4. 지하철 가장자리, 버스 맨 앞자리
누구나 지하철의 가장자리와 버스의 혼자 앉는 자리를 좋아하겠지만 소심한 사람에게는 사람들에게 치이지 않고 혼자의 공간을 보장할 수 있는 이곳을 좋아한다. 최근에 탔던 지하철에는 아크릴 칸막이가 있어서 더 좋았다. 버스 앞문의 혼자 앉는 자리를 제일 좋아한다. 큰 앞 유리로 바라보는 시야가 내 마음을 뻥 뚫리게 만들기 때문. 그다음은 기사님의 뒷자리이다. 맞은편 기사님과 서로 손 인사를 나누는 소소한 모습을 보면 마음이 따스해진다.
5. 자동차 안
소심한 성격이지만 운전을 좋아해서 다행이다(운전 스타일은 소심하지 않다). 자동차는 나에게 있어 움직이는 노래방이다. 대중교통에서는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내적 댄스를 춰야 하는데 반해 차에서는 내 마음대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출 수 있다. 고음이 안 올라가도 삑사리가 나도 창피할 일은 없다. 오로지 나만 있는 공간이기 때문. 내일은 BTS의 ‘SWIM’을 들어야겠다.
6. 수다 안 떠는 미용실
말 안 거는 상점과 비슷한 이유다.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 해야 하는 미용실은 너무 피곤하다. 그래서 한동안 소심한 내 마음에 드는 미용실을 찾아다니는 ‘미용실 유목민’이었다가 몇 년 전에 한 곳에 정착했다. 머리 스타일 상담과 최근 근황만 서로 짧게 물어보는 미용사를 찾았다. 신기한 것은 가끔씩 내 마음을 읽은 듯 필요한 것을 적절한 때에 제공한다는 점이다. 앞으로도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내 머리는 이 공간에 있는 분께 온전히 맡길 생각이다.
7. 집
뭐니 뭐니 해도 소심한 사람에게는 우리 집이 최고다. 세상에서 가장 안전하고 완벽한 나만의 공간. 푹신한 이불속에서 뒹굴거리며 아이패드를 꺼내 끄적끄적 그림을 그리거나, 책상에 앉아 조용히 글을 쓰는 시간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이다.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오롯이 나만의 세계에 빠져들어 일상을 기록하다 보면, 바깥에서 방전된 에너지가 100%로 충전된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가장 나다워질 수 있는 곳. 역시 이불 밖은 위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