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한 사람이라면 30초만 더 기다리기

by 여름이 언니

어느 날 저녁, 유튜브 알고리즘이 로제떡볶이를 맛있게 먹는 영상을 추천해 주었다. 마법에 홀린 듯이 배달 앱을 켜고 로제떡볶이에 당면과 치즈를 야무지게 추가하고 장바구니에 담았다. 소심한 사람이라면 결제하기 전에 ‘비대면 받기’를 반드시 체크해야 한다. 집에서의 진짜 내 모습을 타인에게 보이는 것이 부끄러워서 대면 결제는 절대 하지 않는다.


떡볶이가 출발했다는 알림이 뜨니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띵동” 기나긴 시간을 기다려 드디어 울린 우리 집 초인종 소리. 인터폰으로 확인하니 아직 복도에 계신 배달 기사님. 몇 초 뒤, 인터폰의 화면이 꺼지고 배달 완료 메시지를 받았다. ‘[문 앞 배송완료] 주문하신 배달 상품(음식)을 안전하게 배송 완료했습니다’


따뜻한 떡볶이를 맛있게 먹을 생각에 자작곡을 신나게 부르며 현관으로 달려갔다. “떠뽀끼, 떠뽀끼, 맛있는 떠뽀끼”


이럴 수가! 기사님이 아직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계셨다. ‘내가 부른 노래 다 들으셨겠지?’ 얼굴이 홍당무가 되어 염소 목소리로 감사 인사를 드렸다. 정작 기사님은 “맛있게 드세요”라고 말씀하시곤 아무렇지 않은 표정이었다. 못 들으신 걸까, 아니면 내가 민망할까 봐 배려를 해주신 걸까.


문을 닫고 한참 동안 두근거리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밀려드는 부끄러움으로 쥐구멍에 숨고 싶었다. 아, 오늘 일도 이불킥 각이다. 그날 떡볶이는 부끄러움의 맛이었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타인에게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은 마음(사실 그렇게 민폐가 아닌데도 말이다)과 나 자신의 작은 평화를 지키려는 심리가 충돌되어 소심함과 부끄러움이 증폭된 것이다. 그래서 나에게는 새로운 습관이 생겼다. 그건 바로 기사님이 내려가실 때까지 현관문 앞에서 귀 기울이며 기다리기.


소심해도 괜찮다. 기사님의 발소리나 엘리베이터의 소리에도 귀를 기울일 만큼 작은 마음의 안테나가 섬세하다는 증거니까. 비록 현관문 앞에서 30초 동안 청력테스트를 해야 하지만 오랜 기다림 끝에 마주하는 떡볶이는 여전히 따뜻하고 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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