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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기, 더하기 그리고 나누기

작은 것에 수선을 떠는 삶

아이를 갖고 낳아 기르며 새로이 느끼는 놀라운 점 중 하나는 일상의 많은 일들이 감사할 일 투성이라는 것이다. 아이와 손 잡고 길을 걸을 때 만나는 사람들이 아이에게 눈을 맞추고 미소를 짓고 인사하며 말을 걸어오는 일 같이 엄마가 되기 전의 나라면 상당히 성가시고 피곤하게 여겼을 일들이 배려와 관심의 표현이라는 것, 이런 일들이 고맙고 또 고마운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매일 아침 나는 출근 시간(9시)보다 한 시간 정도 일찍 회사에 도착해 회사 어린이집에 들여보내기 전 삼사십 분 가까이 아이와 노는데, 짹짹(참새나 비둘기) 빠방(각종 자동차) 구경하기, 계단 오르내리기, 라디오 스튜디오 앞에서 춤 추기, 수호랑 반다비 동상 기어오르기 (그 외 다수) 같은 각종 놀이를 하는 틈에 아이의 간단한 아침 식사도 해결한다.

요 며칠은 너무 덥고 지쳐서 커피숍에서 아이 아침밥을 먹이며 나도 커피 한잔을 마셨다. 오늘 아침에도 어김없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커피를 기다리는데, 늘상 무심한 표정으로 커피를 만들어 주던 회사 로비 커피숍의 바리스타분들끼리 속닥속닥 하더니만 아이가 잘 먹더라며 나에게 작은 스콘 하나를 내미는 것이 아닌가.


이 분들이 나에게 웃는 거 처음인데, 약간은 오버 일 수도 있지만 이런 작은 제스처에서 인간미의 단면을 느꼈달까. 드라마에 그려지는 보통의 엄마들처럼 나 역시 참으로 작은 것에 감동하고 수선을 떨며 고마워한다. 덕분에 아무 관계도 없는 우리 어른들은 단단한 빗장을 풀고 의심 없이 서로의 온기를 주고받는 신기한 경험을 한다. 엄마가 되지 않았다면 몰랐을, 느껴보지 못했을 작은 온기라는 것을 서서히 알아가고 있다.

작은 빵조각 하나가 참 별 생각을 다 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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