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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아이의 크나 큰 존재감

네가 없던 시절을 가끔 떠올리지만 이젠 생각할 수도 없어

일주일 간 할머니 댁 파견 생활을 마치고 아이가 돌아왔다.  N극과 S극의 원리를 모르는 22개월 된 우리 아이가 자석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난다.  큰 숨도 쉬어가며 나름 꽤나 진지하게 놀이하는 걸 보니 역시나 몇 달 동안 아껴두었다 꺼내 준 보람을 느낀다. 할미 집에 갔다 일주일 만에 돌아온 아이를 보고 있노라니 어딘지 모르게 감회가 새롭다.

자석을 떼었다 붙였다 신기한 모양이다




힘도 세지고 표현도 정확해지고 노릇노릇 그을린 모습으로 내 앞에서 그림 같이 앉아 노는 우리 아기가 언제 이렇게 컸는지 감상에 젖기가 무섭게 뭐가 마음대로 되지 않는지 들고 있던 블록을 냅다 던져대는 소리에 아차차 현실로 돌아온다. 네가 돌아온 것이 참말 맞구나. 하루 종일 에어컨을 틀어놓고 세 식구 거실에 모여 앉아 집 밖은 더운지 추운지 감 잡을 수도 없는 토요일 오후, 누룽지 깔린 냄비 밥 한 술 떠 그 위에 삼 년 된 묵은지랑 돼지고기 푹 익혀 복작복작 끓인 김치찜 얹어 한 끼 뚝딱 먹고 숭늉 입가심을 하고 나니 이제야 세 식구 함께 사는 ‘우리 집’ 같다.




아이가 아파 할머니 집에 보낸 동안 가책과 즐거움이 공존하는 마음으로 지낸 이번 일주일을 돌아보면 매일 아침 오로지 나에게 집중하며 고요함과 아늑함을 만끽했고, 매일 저녁 아이기 그립기도 아니면 까맣게 잊기도 했다. 어떤 날은 남편과 데이트를 어떤 날은 아이와 영상통화를 하기도 했는데 출산을 하고 아이와 이렇게 오래 떨어져 본 적은 처음이라 걱정도 많았지만 생각보다 무척이나 즐겁게 지내다 온 아이를 보며 약간의 당혹감도 잠시 엄청난 대견함에 감사했다. 할머니의 집중 케어를 받으며 일주일 사이에 포동 하게 살이 오르고 말이 늘어 돌아온 아이를 보며 어쩜 삼십 년이 넘는 세월이 무색하게 어머니는 이러실 수가 있나, 현역인 나는 꿈도 못 꿀 것 들을 힘들다 내색 한번 없이 저렇게 물 흐르듯 해내실 수 있는지 매일이 놀라움의 연속이었다.(아이 쫒았다니는 일이란 정말 보통 일이 아니다. 정말로 아이들은 날아다니기 때문이다.)




 ‘여름 해 나기 전 이른 아침 시간의 산책’이라 던 지 위험할까 봐 지레 겁먹고 포기했던 ‘야외에서의 붕붕카 타기나 씽씽카 타기’ 같은 신체활동을 아이와 매일 한다는 것, 밥 거부하는 애를 어르고 달래서 밥 먹이는 것 그리고 매 끼니 맛있는 밥과 반찬을 새로 지어 준비하는 것, 아이를 인격으로 사랑을 듬뿍 담아 대하는 것. 당연한 것 같지만 매사에 시간과 노력 그리고 인내(특히 내 경우 참을 인 다수 필요)라는 공이 들어가는 일이므로 분명 쉽지 않은 일인데.




매일 아침 바쁘다는 핑계로, 집에 돌아와서는 힘들다는 핑계로 무얼 소홀하게 대했는지, 무엇이 부족했는지 많이 생각하게 하는 어제오늘. 분명 지난 한 주는 가책과 즐거움이 공존했는데 아이가 돌아오니 미안함에 무게가 더욱 실린다. 미안하다는 핑계로 자꾸 장난감 개수만 늘리는 미련한 부모는 되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도, 특별한 날이 아니면 장난감을 사주는 버릇은 들이지 않겠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런 오늘도 새로운 장난감을 검색하고 장바구니에 담는 내 모습을 자꾸 본다.





#내째끠의예쁨

#너를키운다는것 #너키우는재미
#나와마주하는다정한시간 #오늘은좀아픈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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