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공허함의 끝에서 깨닫다

15년 전의 악몽, 로맨스 스캠

by 정혜영작가

#19. 공허함의 끝에서 깨닫다


화려하게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도 나는 점점 더 외로워졌다.

겉으로는 인기 많고 자신감 넘치는 여자였지만 속으로는 텅 비어 있었다.

그 공허함이 너무 커져서 어느 날 나는 멈췄다.

더 이상 못 하겠다고. 이렇게는 못 살겠다고.

집에 돌아와 소파에 앉았다.

핸드폰을 봤다.

수십 개의 메시지. 소개팅 제안, 만남 요청, 인사. 하나하나 읽어봤다.

아무 감정도 들지 않았다.

이름도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사람들.

그들과 만나서 뭐 하나? 또 공허해질 텐데.

나는 깨달았다.

내가 찾는 건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나는 나를 찾고 있었다.

7년 전 그 사람에게 잃어버린 나.

자살 시도 후 산산조각 난 나.

복수심에 불타서 운동하고 다이어트하고 시술받으면서도

정작 나 자신은 돌보지 않았던 것이다.

겉은 예뻐졌지만 속은 여전히 상처투성이었다.

거울을 보면 예쁜 얼굴이 보였지만 내 눈은 죽어있었다.

웃어도 진짜 웃음이 아니었다. 행복해 보이려고 애쓰는 얼굴일 뿐.

그날 밤 나는 결심했다.

더 이상 사람을 만나지 않기로.

소개팅도, 나이트클럽도, SNS도 잠시 멈추기로.

대신 나를 만나기로. 진짜 나를.

다음 날부터 나는 달라졌다.

아침에 일어나서 거울을 봤다.

"좋은 아침, 나." 이상했지만 계속했다.

혼자 밥을 먹으면서 "맛있어?"라고 물어봤다.

미친 사람 같았지만 상관없었다.

운동도 다시 시작했다.

이번엔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진짜 나를 위해서.

러닝머신에서 뛰면서 생각했다.

'나는 지금 뭘 느끼고 있지?' 땀이 났다.

다리가 아팠다.

그런데 기분이 좋았다. 살아있다는 느낌.

요가도 다시 시작했다.

매트 위에 앉아서 호흡했다.

들이쉬고, 내쉬고. 단순한 것. 하지만 그 단순함 속에서 나를 느낄 수 있었다.

내 심장 소리, 내 숨소리, 내 존재.

친구가 물었다. "요즘 소개팅 안 나가?" "응, 쉬고 있어."

"왜? 잘 나가다가."

"그냥... 나한테 집중하고 싶어서."

"뭔 소리야?" "나를 좀 알고 싶어."

친구는 이해 못 하는 표정이었다. 당연했다.

나도 이해 못 했으니까.

하지만 분명한 건 지금 이 길이 맞다는 것.

사람을 만나는 게 아니라 나를 만나는 것.

한 달쯤 지났을 때 변화를 느꼈다.

외롭지 않았다.

혼자 있는데 외롭지 않았다.

오히려 편했다.

누군가에게 맞춰야 할 필요도 없고,

좋은 척할 필요도 없고,

그냥 나로 있으면 됐다.

두 달쯤 지났을 때 옛사랑이 덜 그리웠다.

여전히 생각났지만 아프지 않았다.

'아, 그런 사람도 있었지'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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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 문예 등단 작가 주영. 감성과 상징, 인간의 내면의 이야기를 쓰며 글로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상처와 회복 사이의 여정을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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