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병

아직 끝나지 않았다.

by 정혜영작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 병


상담실 기록


오늘 상담실 문을 연 것은 서른네 살 이지은 씨였습니다.

그녀는 깔끔한 정장 차림이었지만 얼굴은 창백했고 눈 밑에는 짙은 다크서클이 있었습니다.

"상담 부탁드립니다. 저는 어제 회사에 사직서를 냈습니다."

그녀는 가방에서 서류 한 장을 꺼냈습니다.

사직서였습니다.

"칠 년을 다닌 회사입니다. 대리까지 진급했습니다.

연봉도 괜찮았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버틸 수 없었습니다."

지은 씨의 손이 떨렸습니다.

"저는 우울증이 있습니다.

이 년 전에 진단받았습니다."

"처음에는 약을 먹으며 일했습니다.

괜찮았습니다. 하지만 점점 심해졌습니다."

"아침에 일어날 수 없었습니다.

출근하는 게 너무 두려웠습니다. 회사 건물 앞에서 구토를 했습니다."

지은 씨는 눈물을 닦았습니다.

"그래도 참았습니다. 회사를 그만두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정신질환 때문에 퇴사하는 건 패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어제 회의 중에 패닉이 왔습니다.

숨을 쉴 수 없었습니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았습니다."

"화장실로 뛰어갔습니다. 그리고 결정했습니다. 이제 그만두자고."




나는 지은 씨에게 물었습니다.

"회사에 우울증이 있다는 걸 알렸나요."

지은 씨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아니요. 절대 말할 수 없었습니다."

"왜요."

"말하면 끝이니까요."

지은 씨의 목소리가 떨렸습니다.

"우리 회사는 정신질환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겉으로는 복지를 이야기하지만 실제로는 다릅니다."

"작년에 같은 팀 동료가 공황장애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 후 승진에서 누락됐습니다."

"팀장이 은근슬쩍 말했습니다.

중요한 프로젝트는 안정적인 사람에게 맡겨야 한다고요."

지은 씨는 주먹을 쥐었습니다.

"그 동료는 6개월 후 퇴사했습니다.

회사에서 눈치를 준 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스스로 견딜 수 없었던 거죠."

"저는 그걸 보면서 생각했습니다. 절대 말하면 안 되겠다고."

"그래서 숨겼습니다. 이 년 동안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지은 씨는 눈을 감았습니다.

"매일 거짓말을 했습니다."

"아침에 지각하면 교통체증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사실은 침대에서 일어날 기력이 없었던 겁니다."

"회의 중에 화장실에 자주 가면 배탈이 났다고 했습니다.

사실은 패닉이 와서 숨을 쉬러 간 겁니다."

"병원 가는 날은 개인 용무라고 연차를 냈습니다. 사실은 정신과 진료였습니다."

지은 씨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습니다.

"약을 먹는 것도 숨겼습니다. 화장실 칸막이에서 몰래 먹었습니다."

"동료들이 저녁 약속을 하자고 하면 거절했습니다.

술을 마시면 약과 섞여서 위험하니까요."

"그러니까 사람들이 말했습니다. 지은이는 사교성이 없대요. 팀워크가 부족하대요."

지은 씨는 눈물을 흘렸습니다.

"저는 팀워크가 싫은 게 아니었습니다.

저도 동료들과 어울리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제 병을 숨겨야 했고 그러다 보니 거리가 멀어졌습니다."




지은 씨는 손수건을 꺼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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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 문예 등단 작가 주영. 감성과 상징, 인간의 내면의 이야기를 쓰며 글로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상처와 회복 사이의 여정을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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