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중 사다리 04화

제4화 화요일

사다리

by 정혜영

사다리

제4화 화요일


법원 앞에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지우는 차에서 내리며 그들을 봤다. 상가 주인들이었다. 스무 명. 모두 육십 대 이상.

피켓을 들고 있었다. '생존권 보장하라' '삼십 년 터전을 지켜주세요'

지우는 그들을 지나쳐 법원 안으로 들어갔다. 뒤돌아보지 않았다.

엘리베이터를 탔다.

삼 층. 민사 제12법정.

문을 열었다. 법정은 비어 있었다. 아직 시간이 남았다.

지우는 원고 측 자리에 앉았다. 서류 가방을 열었다. 준비 서면을 꺼냈다.

손이 떨렸다.

문이 열렸다. 준혁이 들어왔다.

"변호사님."

"오셨어요."

준혁은 깔끔한 양복을 입고 있었다. 명품 시계를 차고 있었다. 향수 냄새가 났다.

"오늘 끝나는 거죠?"

"1차 변론이에요. 시간 걸려요."

"얼마 나요?"

"몇 달."

준혁이 인상을 찌푸렸다.

"빨리 안 돼요?"

지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문이 다시 열렸다. 상가 주인들이 들어왔다. 하나둘씩. 스무 명.

모두 낡은 옷을 입고 있었다. 누군가는 지팡이를 짚고 있었다.

그들은 피고 측 자리에 앉았다. 옹기종기 모여서.

지우는 그들을 봤다. 눈이 마주쳤다. 분식집 할머니였다.

할머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우는 고개를 숙였다.

"모두 일어서 주십시오."

판사가 들어왔다.

재판이 시작되었다. 

 

같은 시각.

선미는 무료진료소에 있었다. 화요일은 오전 진료 없는 날이었다. 하지만 나왔다.

책상 위에 박스가 하나 놓여 있었다. 휠체어 쿠션.

어젯밤 인터넷으로 주문했다. 새벽 배송. 사십만 원짜리로 샀다. 제일 좋은 것으로.

선미는 박스를 만졌다. 무거웠다.

문이 열렸다. 미경이 들어왔다.

"원장님, 오늘 진료 없으신데 왜 나오셨어요?"

"응. 그냥."

"그 쿠션이요?"

미경이 박스를 봤다.

"네."

"민호 씨 드리는 거예요?"

"응."

미경이 잠시 말이 없었다.

"원장님."

"응?"

"저도 돈 보탤까요?"

선미는 미경을 봤다.

"괜찮아요."

"아니에요. 저도 그분 보면서... 마음이 안 좋았거든요."

미경이 지갑을 꺼냈다. 만 원짜리 몇 장을 꺼냈다.

"이것밖에 없는데."

"미경아..."

"받으세요. 제 마음이에요."

선미는 돈을 받았다. 오만 원이었다.

"고마워."

"저야말로요. 원장님 보고 배웠어요."

문이 또 열렸다. 휠체어였다. 민호였다.

"선생님."

"왔어요?"

민호가 들어왔다. 박스를 봤다.

"이게..."

"쿠션이요."

선미가 박스를 열었다. 쿠션을 꺼냈다.

"한번 앉아볼래요?"

민호가 휠체어에서 일어섰다. 쿠션을 휠체어에 놓았다. 다시 앉았다.

표정이 변했다.

"어때요?"

민호가 대답하지 못했다. 목이 메었다.

"편해요."

목소리가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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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 문예 등단 작가 주영. 감성과 상징, 인간의 내면의 이야기를 쓰며 글로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상처와 회복 사이의 여정을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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