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치가 짖은 날

내 아이의 이름은 하치입니다.

by 정혜영

하치가 짖은 날


하치는 단 한 번도 짖지 않았다.

아니, 짖는다는 개의 본능조차도 그에겐 허락되지 않은 것 같았다.

목소리는 잠겨 있었고,

소리를 내는 방법조차 몰랐다.

그날, 아빠는 병원에서 늦게 돌아왔다.

조용했던 집 안. 그리고 낯선 인기척.

현관 너머에서 문이 삐걱 열리는 소리에,

하치는 몸을 잔뜩 움츠렸다.

눈빛은 흔들렸고, 몸은 미세하게 떨렸다.


그때였다.

낮고도 떨리는, 아주 작은 소리가 터졌다. “커...”


그것은 분명 하치의 울음이었다.

짧고, 작고, 떨렸지만 분명한 ‘소리’였다.

아빠는 현관 앞에서 멈췄고, 그 울음을 들었다.

그리고 두 손으로 하치를 꼭 안았다.

“그래. 하치야. 네가 지켰구나.”

그날, 하치는 처음으로 세상을 향해 소리를 냈다.

그리고 스스로를 지켜냈다.




하치의 이야기 – "나는 짖었다"


나는 소리를 내는 법을 몰랐다.

그저 조용히 살았다.

기다리고, 참으며, 숨죽이며 살았다.

그런데 그날, 집에 낯선 기운이 스며들었고,

내 가슴은 빠르게 뛰었다.

나는 무서웠다. 하지만 더는 숨어 있지 않았다.

입이 떨렸고, 목이 저려왔지만,

나는 입을 열었다.

“커...”

그 소리는 작았지만,

내가 세상을 향해 처음으로 낸 목소리였다.

아빠는 들었다. 그리고 안아주었다.

그 온기 속에서 나는 알았다.

내가 목소리를 가졌다는 것.

그리고 그 목소리가 누군가에게 닿았다는 것.

나는 짖었다.

그리고 그 소리는 나를 지켜냈다.

※ 이 글은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된 창작 에세이입니다.

등장인물과 상황은 일부 각색되었으며,

특정 인물이나 환경과의 직접적인 연관은 없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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