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치가 걸어온 날

내 아이의 이름은 하치입니다.

by 정혜영

하치가 걸어온 날


하치는 걷는 법을 몰랐다. 걷는다기보다는 이끌렸다.

몸이 가는 대로 따라가고, 힘이 빠지면 주저앉았다.

하지만 그날, 아빠가 현관문을 열자, 하치가 앞발을 내디뎠다.

주춤했지만, 분명히 스스로 움직인 발걸음이었다.

아빠는 조용히 숨을 삼켰다.

그 작은 움직임 하나에 하루가 멈춘 듯했다.

“그래, 천천히 와. 아빠 여기 있어.”

하치는 삐뚤삐뚤하게, 그러나 분명하게 아빠에게 다가왔다.

몇 걸음 만에 힘이 빠졌고, 몸이 흔들렸지만,

다시 일어났다.

그날 하치는 스스로 걸어왔다.

그리고 그 기억은 그날 하루를 빛나게 만들었다.




하치의 이야기 – "나는 걸었다"


나는 늘 끌려 다녔다. 다리는 가볍지 않았고,

몸은 금방 무거워졌다.

하지만 그날, 문이 열렸고,
바람이 들어왔고, 따뜻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치야, 이리 와.”

나는 그 소리를 향해 몸을 움직였다.

내가 걷고 있다는 걸, 나도 몰랐다.

힘이 빠졌지만, 나는 넘어지지 않았다.

아니, 넘어졌어도 다시 일어났다.

나는 걸었다.
그리고 그가 웃었다.
그 웃음이, 내 걸음을 기억하게 했다.

그날 나는, 세상을 향해 한 걸음을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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