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이의 이름은 하치입니다.
그날, 나는 그 아이를 처음 보았다. 작고 마른 몸, 힘 없이 돌고만 있는 눈빛. 누구 하나 그를 쳐다보지 않았고, 그 아이도 누구와도 눈을 맞추지 않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그 아이를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가만히 그를 바라보다가, 나는 그를 안고 병원으로 향했다.
사람들은 말했다. “이 아이, 오래 못 살 거예요.”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조용히, 그의 옆에 있어주기로 했다.
하치는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았다. 무표정한 얼굴, 멍하니 비어있는 눈동자.
어느 날, 아빠는 하치 앞에 앉아 조용히 말했다. “오늘은 너에게 웃는 법을 가르쳐줄까?”
햇빛이 창문 너머로 들어오고, 하치가 살짝 눈을 찡그렸다. 그리고 입꼬리가 아주 조금, 위로 올라갔다.
아빠는 그걸 놓치지 않았다. “하치야, 너 지금 웃었지?”
그날, 아빠는 처음으로 하치가 웃었다고 믿었다. 그리고 하치는 조용히,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하치는 깊이 자지 못했다. 조금만 소리가 나도 깼고, 몸이 떨리거나 눈을 부릅떴다.
그날 밤, 아빠는 하치 옆에 누워 있었다. 조용히 숨을 죽인 채, 온기를 나누듯 팔을 내밀었다.
하치가 그 팔에 기대 잠이 들었다. 작은 코가 천천히 움직이고, 몸이 부드럽게 이완되는 걸 느꼈다.
“괜찮아, 괜찮아.” 아빠의 입에서 새어 나온 말.
그날 밤, 하치는 처음으로 꿈을 꿨다. 누군가와 함께 있는 꿈.
하치는 늘 조용했다. 짖지도, 울지도 않았던 아이.
그러던 어느 날, 창밖에서 천둥이 쳤다. 그리고 동시에 작은 ‘낑’ 소리가 났다.
하치가 낸 소리였다. 아주 작고, 미약했지만 분명한 울음.
아빠는 깜짝 놀라 하치를 바라보았다. 하치는 눈을 크게 뜨고 있었고, 아빠는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었다.
“괜찮아, 내가 있어.”
그 말에 하치는 또 한 번, 조용히 ‘웅’ 하고 소리를 냈다. 그날 이후, 세상은 조금 더 가까워졌다.
하치는 갑자기 거품을 물고 쓰러졌다. 몸이 경련을 일으켰고, 발이 떨렸다.
아빠는 그 모습을 보고도 당황하지 않았다. 이미 수없이 겪었던 일이었기 때문이다.
작은 수건을 들고 하치의 입을 닦아주고, 조심스럽게 안아 들었다. “괜찮아, 하치야. 다 지나갈 거야.”
응급실 같은 병원 대기실, 하치의 숨소리는 얕고 느렸다.
그날 밤, 아빠는 병원 의자에서 잠들었다. 하치는 조용히 그의 품 안에서 꿈틀거렸다.
살아 있다는 것, 그 자체로 의미가 있던 날이었다.
집 앞에 낯선 사람이 지나갔다. 그 순간 하치는 짖었다.
그것은 크지 않은 소리였지만, 아빠의 귀엔 세상의 모든 음악처럼 들렸다.
“하치야, 너 지금… 짖었어?”
하치는 놀란 듯 자리를 지켰고, 아빠는 무릎을 꿇고 그와 눈을 맞췄다.
“너, 나를 지켜준 거야?”
그날 이후, 하치는 가끔씩 짖었다. 그것은 경계이자 표현이었고, 무언의 대화였다.
하치는 사람의 눈을 피했다. 무언가를 응시하는 것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아빠가 물었다. “하치야, 넌 내 눈을 본 적 있니?”
그 순간, 하치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아주 짧은 순간, 아빠를 바라보았다.
그 시선은 흔들리고 무서웠지만, 그 안엔 분명 ‘인식’이 있었다.
“하치야, 너 나 봤구나.”
그날, 하치는 아빠를 처음으로 ‘알아봤다.’
하치는 잘 걷지 못했다. 다리가 자주 접혔고, 한 걸음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날, 아빠가 부르자 하치가 흔들리는 다리로 걸음을 뗐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뒤뚱 거리며도 하치는 아빠에게 다가왔다.
“하치야, 잘했어. 잘했어.”
아빠는 무릎을 꿇고 손을 벌렸다. 하치는 그 품에 와서 쓰러지듯 안겼다.
그날, 세상은 조금 더 가까워졌다.
아빠가 병원에 가는 날이었다. 하치는 그걸 알아채고 현관 앞에 앉았다.
문이 닫히고 한참이 지나도, 하치는 그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고, 날이 저물고, 하치는 그대로 눈을 감고 있었다.
그리고 아빠가 돌아왔다. 하치는 벌떡 일어나지는 못했지만, 꼬리를 흔들며 조용히 울었다.
그날, 하치는 처음으로 ‘기다림’이라는 감정을 배웠다.
외출은 하치에게 두려움이었다. 소리, 냄새, 사람들, 모든 게 낯설었다.
하지만 그날은 달랐다. 아빠가 문을 열자, 하치가 스스로 다가왔다.
“같이 갈래?”라는 물음에 하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떨리는 다리로 현관을 넘고, 세상 밖으로 한 발자국 나왔다.
그 순간, 아빠는 눈물이 났다. 하치가 처음으로 ‘함께’라는 것을 선택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