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하루를 보낸 나에게
영화로 찍고 싶은 이야기를 종종 써본다. 쓰고 지우고, 쓰고 지우고를 반복한다. 이것은 지나가는 꼬마도 쓸 수 있는 평범한 이야기인가? 이 이야기만이 가질 수 있는 매력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작가도 나고, 평론가도 나다. 내가 써놓고 금세 내가 비판을 하기 시작한다. 2018년도에 영화 한 편을 완성하고, 그 이후에 아무것도 찍지 못하고 있다. 이전 작보다 성장하고 싶은 마음, 잘 보이고 싶은 마음, 여러 가지 재정 문제, 의지와 의욕의 문제 등등 이런 것들이 활주로의 면적을 자꾸만 좁게 만든다. 비행하고 싶은 꿈은 언제나 있는데 도무지 앞으로 굴러가지 않고, 굴러갈 수 있는 포장도로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밉다고 생각하는 글은 언제나 봐도 밉다. 앞서 언급했던 최근에 연출한 <그녀의 속도>라는 시나리오를 쓸 때, 아무리 읽어도 도통 재미가 없고 지루하기만 해서 자신감이 떨어졌었다. 울면서 자전거를 타고 한강에 자주 갔다. 촬영 날은 다가오고, 나는 괜찮은 감독이 아닌 것 같고, 이야기는 형편없어 보이고, 늘, 매일 그랬다. 그러다가 눈을 질끈 감고 모든 걸 인내하고 견뎌내고 완성은 작품은 작년 내내 여러 영화제에 초청되면서 사랑을 받았다.
누군가 내게 와서 내 영화를 보고 나니, 자기 자신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계속 눈물이 났다고 했다. 자신의 좋은 점을 체험하게 해 줘서 용기를 갖게 되었다며 내게 글을 보내왔다. 내가 매일같이 미워보있다고 생각한 나의 시나리오가, 누군가에게는 자신을 사랑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는 말을 듣고 나서 그날 하루 종일 마음이 따뜻해졌다.
종종 나에게 외침이 필요하다.
너무 나를 벼랑 끝으로 몰지 말고, 미워하지 말고, 안쓰럽다 생각하지 말고,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자책하지 말고, 당신이 나를 사랑하지 않아도 나는 나를 사랑한다는 믿음 하나로 오늘 하루를 버티는 것.
외쳐본다.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외쳐본다.
나를 좋아하는 사람은 많다.
외쳐본다. 외쳐본다….
좋은 친구들이 있어서 좋다.
사소한 사랑이 있어서 좋고
행복한 영화를 만들 수 있어서 좋고
행복해지는 영화를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 좋다.
외쳐 본다.
오늘의 하루를 보내고 있는 나에게,
그리고 당신에게.
글 여미
커버사진 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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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omi_wri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