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매의 주인
한 스승이 제게 말했죠.
너는 나무를 심기엔 너무 작고 약해.
그러니까 남들이 심어놓은 나무를 그냥 서서 보기만 하렴.
그렇지 않으면 넌 분명 상처 받고 말거야.
저는 그 말을 듣고
단 한 번도 나무를 심지 않았죠.
다른 유능한 제자들이 심어놓은 나무를 그저 보고만 있었어요.
그랬더니
정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요.
아무런 상처를 받지도 않았고 무시를 당하지도 않았지만
크게 기쁜 일도 일어나지 않았죠.
세월이 흘러 저는 어른이 되었죠.
대학교에서 수업을 듣는데 한 교수님이 이렇게 말씀하시는 거예요.
‘왜?’라는 질문을 스스로 자주 던지냐고.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에 대해서 한 번쯤이라도 의심을 해본 적이 있냐고 하시더라고요.
그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나는 정말 나약하고 힘이 없는 사람일까?
나는 정말 나무 한 그루 심지 못하는 사람일까?
무언가 가슴속에서 피가 끓기 시작했어요.
처음부터 당연한 것들은 없을지도 모른다고.
한 번도 도전해보지 않고
어려움이라고 느끼면 아무 행동을 취하지 않은 나 자신이
나약한 나를 만드는 것이었죠.
용기를 내서
나무를 한번 들어봤어요.
그런데 내가 생각했던 무게보다
훨씬 가볍고
견딜만한 거예요.
그래서 여기저기에 나무를 심기 시작했어요.
가끔씩 넘어지기도 하고
비바람에 쓰러지기도 했지만
그것은 아주 찰나일 뿐이었어요.
내 육체를 상하게 할 수는 있어도
내 정신력까지는 이기지 못했죠.
어떤 상황이 와도 나무 심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어요.
그러다 보면 어느새 햇살이 찾아왔고
열매도 맺게 되었죠.
그리고 그 열매의 주인은 온전히 제 자신의 것이 되었죠.
저는 나무를 계속 찾아다닐 거예요.
그래서
나를 위한 곳에 심을 거예요.
다른 그 누구도 아닌,
나를 위한 나무니까요.
글/그림 여미
yeoulhan@nate.com
여미의 인스타그램 @yeomi_writer
곧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네요.
여러분도 나무를 심는 사람인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