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무래도 시도 때도 없이 눈을 감고 있는 게 습관이 된 것 같다. 딱히 관찰할 대상도 없고 반드시 응시해야 할 포인트가 없으면 자연스럽게 눈을 감는다. 사람이 가득 찬 지하철 안에 가만히 서 있을 때도 그랬고, 앞머리에 파마약을 바르고 잠시 대기하는 시간에도 그랬다. 유독 외부 안에서의 '나'는 뭘 보고자 하는 욕구가 사라진다. 잠이 오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심각하게 피곤함을 느낀 것도 아닌데 별생각 없이 눈을 감아버린다. 눈을 감으며 나는 무슨 생각을 하는 가. 그저 지루하고 적적한 시간들을 암흑에서 버틸 뿐이다. 적당히 돈을 벌며 1인 가구의 삶을 산 지도 언 1년이 지나가고 있다. 자투리 시간을 어떻게든 활용하려고 했던 지난날들과는 달리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는 시간들이 심각하게 좋아져 버렸다. 듣는 순간 반드시 기분이 좋아지는 몇 개의 음악들이 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눈을 감는다. 이렇게 은은하게 살다가 별이 되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2. 싫어하는 것들을 가끔 상상한다. 이를 테면 식혜 안에 있는 밥알들을 싫어한다. 식혜 본연의 맛을 음미하는 것은 좋아하지만 건더기들 까지 내 목구멍에 걸리는 순간 기분이 안 좋아진다. 그것을 상상하는 것조차도 내겐 고통이다. 희한하게도 가끔 의도적으로 떠올려본다. 물컹하고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는 밥알들이 어쩌다 내 입안에 고루 퍼지고서는 목구멍을 넘어서 내 위장까지 닿는 상상. 으, 뱉기엔 애매해서 남은 밥알들을 우적우적 씹는 것 까지 상상하게 된다. 최악이다. 좋아하는 것을 상상하는 것보다 싫어하는 것을 상상하기가 더 쉬운 이유는 무엇일까. 문득 나랑 싫어하는 것이 같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좋아하는 것보다 싫어하는 것이 같은 사람. 서로가 가장 최악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나열했을 때, 대체로 겹친다면 격렬하게 친해지고 싶은 생각이 든다. 좋아하는 것은 아주 약간만 호의적이어도 쉽게 말할 수 있지만, 싫어하는 것은 생각보다 진심이 아니라면 급하게 튀어나오지 못한다. 이래서 싫어하는 사람이 같은 경우엔 5분 만에 베스트 프렌드가 되는 이유일지도.
3. 순수한 사랑이 존재할까. 이 질문이 요즘 내 머릿속을 빙빙 돈다. 가끔 모든 것을 계산적으로 접근하는 사람들을 보면 이해가 가면서도 조금은 실망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걸까. 그래도 이 세상엔 네가 모르는 순수한 사랑이 존재한다며, 약간의 반항심을 담은 말랑말랑한 소설을 언젠가 써보고 싶다.
4. 내일 아침엔 달리기를 할 것이다. 비워내야 할 것들이 또 쌓였기 때문에.
글 여미
커버사진 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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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