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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미 Oct 23. 2021

평범한 에필로그

보통, 평범


늘 남들보다 뛰어나고, 특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눈에 띄어야 '성공'하는 삶이고, 경쟁에서 이겨야 모두가 부러워하는 삶을 살게 될 거라고 믿었다. 그래서 그런지 지거나 원하는 것을 갖지 못했을 때, 마음처럼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 때, 나는 아무도 몰라주는 '보통의 존재'라는 사실이 그저 서글프기만 했다.


그러나 우리는 평범한 존재여야, 그리고 평범하다는 것이 얼마나 귀하고 소중한 것인지를 스스로 인지하며 칭찬해줘야 행복할 수 있다. 지나고 보면 검은 머리, 아무것도 건드리지 않은 생머리가 결국엔 가장 원초적이고 아름답듯이.


평범해지려는 노력은, 용기와 연결된다. 거짓말을 하지 않으려는 용기, 원칙을 지키려는 용기,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려는 용기, 내가 가진 것을 베풀고 도와주려는 용기,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려는 용기, 질투와 시기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려는 용기, 무엇을 하든 최선을 다하려는 용기, 실패 안에서 교훈을 얻으려는 용기.


그리고 아무도 몰라주고,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떳떳한 사람이 되려는 용기.


평범한 사람은, 성공하든 실패하든 이렇게 원래의 자리로 당당하게 돌아가서 삶을 이어간다. 나는 평범하니까 나와 다른 타인에 대해 이해를 할 수 있는 사람이고, 나는 평범하니까 주변에 의지하고 도움을 구하는 것이며, 평범하니까 때로는 잘못된 선택을 하기도 하지만 후회와 반성을 하며 고쳐나간다. 나약하고 불완전한 '나'를 방치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평범한, 보통의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을 한다면, 누구든지 '평범한 사람'이 될 수 있다.


이제 주목받고, 주인공이 되고, 모든 일에 성취를 느끼는 삶에 대한 욕망 보다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그리고 내 주변 사람들에게 내가 가진 좋은 것들을 나눠주고, 도와주고, 베풀면서 평범한 사랑을 꾸려나가고 싶다.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소소한 저녁 식사를 기다리며, 주변이들에게 작은 선물 정도 큰 고민 없이 준비할 수 있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내일의 아침이 두렵지 않다는 것에 감사해하며.


큰 기쁨과 큰 슬픔 없이 그저 평범하게, 나를 사랑하고 주변에 감사하면서 그렇게 살아가고 싶다.


나의 "평범 예찬론"이 언젠가 책으로 나와 많은 사람들에게 평범하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것임을 알리고 싶지만, 꼭 그렇지 않더라도 잔잔하게 오랫동안 이 글이 퍼져나갔으면 한다.


평범한 나, 앞으로도 미래에도 너무 너무 칭찬해!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당신도, 평범하다는 것에 안도하는 그대도,

진심을 담아 칭찬해.



글 여미

커버 사진 여미

yeoulhan@nate.com


필름카메라에 잘못 찍힌 사진, 서툴지만 평범해서 좋다.

2021.10.23 여울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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