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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미 Feb 28. 2022

말랑이를 곁에 두면 좋은 이유

이런 사람을 좋아한다.


연애 상담을 할 때, 설령 그 사람이 나를 진짜로 좋아하는 게 아닌 나만의 착각이고 말도 안 되는 판타지 우주를 왕창 그려놓고 있을 지라도, 그 고민을 듣는 상대방이 마치 멜로드라마를 보는 시청자처럼 나보다 더 흠뻑 취해 이렇게 말해주길 원한다. "야, 그 사람 너 좋아하네! 내가 볼 땐 확실히 마음이 있어." 라고 나보다 더 미친 듯이, 펄펄 뛰며 호들갑을 떨어주길 원한다. 즐거운 상상이 배로 되고, 내 손발은 한층 더 따뜻해지고, 심장은 두근두근 거리고, 뭐, 그렇게 상상의 나래를 펼치다가 아닌 거 알게 되면 아닌 거지만은. 내가 무당을 찾아간 것도 아니니 말이라도 좀 활짝 핀 벚꽃처럼 열린 결말로 해준다 한들, 뭐 그렇다고 달라지는 것도 없는데, 같이 박수라도 쳐주면 기분이라도 좋지 않은가. 


그런데 이것이 또 물론 억지로 할 건 아니다. 마치 한 드라마의 애매하게 끝난 결말 가지고도 여러 사람이 각자 다양하게 추측하여 다양한 결말을 만들어내듯이, 사람마다 정말 아니라고 생각이 들어서 아니라고 말한 건데 또 그걸 어쩌란 말인가. 그냥 내 경우, 워낙 이상한 상상하기를 좋아하기도 하고, 호기심 증폭 기관차처럼 미래를 마구마구 그려내길 좋아하다 보니 사랑에 있어서는 긍정적인 가능성으로 가득 말해주는 사람을 쫄래쫄래 찾아가게 된다는 것이다.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늘 열린 마음과 긍정의 시그널들로 마음껏 품고 있는 사람이, 때로는 확실하고도 객관적인 조언보다는(나는 원래 바보기 때문에) 맨날 틀린 답을 맞다 우기고, 그러다가 아니면 또 아닌 대로 일상을 살아가면 되는 거니까. 좀 바보가 되면 어때, 하하호호 같이 좀 웃자!


그런데, 웃긴 건 말이다. 정말 확실한 건 연애상담을 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는 것이다. 각종 애매모호한 말들에 혼자 들떠서 이러쿵저러쿵 남에게 물어봤을 때와는 달리, 지금 남자 친구에 대해서는 그 누구와도 상담을 하지 않았다. 생각해보니 그때는 이 지구에 우리 둘만 남아있었고, 그래서 말할 상대도 봐야 할 상대도 들어야 할 상대도 한 사람뿐이었다. 그러니, 누굴 찾아갈 생각을 하지 못했을 수밖에. (이런 마무리.. 괜찮나...)

 

여하튼, 나는 사랑에 있어서는 말랑 말랑한 조언을 해주는, 말랑이 친구가 참 좋다. 뭐든지 말랑말랑, 그래서 말하는 이, 들어주는 이, 이렇게 우리 둘 다 어느새 말랑말랑 해져가지고는, 꿈속에서나마 말랑 말랑한 사랑을 꿈꿀 수 있으니. 




글 여미

사진 여미

yeoulhan@nate.com


딱딱이들은 가라! 딱딱이들은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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