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다 여행을 그렇게 좋아하지도 않고, 국내라고 해도 멀리 놀러 가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 집 근처 빵집이나 카페에 가서 각자 심취를 하면서 쉬거나, 끽해봐야 잠실에 가서 서점을 둘러보거나 영화 한 편 보고 오는 것이 우리의 유일한 여행이라고 하면 여행이다.
사실 여행이라는 것 자체가 적지 않은 돈이 깨진다는 것과, 이동시간에 체력과 에너지를 소비한다는 것 때문에 더 꺼려지는 것도 있다. 더군다나 우리는 뚜벅이 커플에다가, 7평 남짓 원룸에서 함께 생활하면서 근근이 먹고살아가는 자영업자들이기 때문에 해외여행은 꿈도 꾸지 않았다. (지금은 물론 더 넓은 집으로 이사를 했지만!)
일본의 아기자기한 감성을 좋아하는 우리 부부는, 가끔씩 '언젠가 일본 여행은 함께 했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주고받은 적은 있지만, 가게를 오랫동안 쉴 수도 없었기 때문에 구체적인 휴가 계획도 없었다. 그런 우리가, 신혼여행을 가야만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그래서 신혼여행지, 어디로?
원래는 펭귄과 나는 결혼식을 올리지 않는 것으로 서로 합의를 봤었다. 한다고 하더라도 가족끼리 소소하게 식사로 대체하고, 가까운 일본에 신혼여행을 가고 싶었다. 식을 올리지 않으려고 했던 이유는 다양했지만, 나와 펭귄은 이미 서로에게 미래를 약속한 상태였고, 결혼식이라는 자체가 로망이 아닌 큰 부담으로 다가왔었다. 직장을 다니지 않아서 초대할 지인도 별로 없었고, 살다 보니 연락하고 있는 친구도 별로 없었다. 어디 좋은 레스토랑이나 빌려서 가족사진이나 간단하게 찍고 끝내고 싶었다.
그러다 부모님 뜻에 결국 결혼식을 진행하긴 했지만, 생각보다 열심히 찾아보니 경비를 아낄 수 있는 부분은 많았고, 알뜰살뜰하게 결혼식을 올릴 수 있었다. 그리고 정말 정말 생각지도 못한 친구들이, 축하를 해주러 왔다. 지금까지는 미처 알지 못했던 주변 인연들에 대한 고마움이 내게 다가왔었다. 진심으로 축하를 해주었던 그 마음들에 대해 고맙고, 감사하고, 소중히 여기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값진 인생 교훈을 얻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결혼식을 올림으로써 다시는 만나지 않을 것 같았던 우리 네 가족이 한 자리에 모이게 되는 기적(?)이 일어났고, 여기저기에서 신혼여행에 보태라며 지원을 많이 해주셨다.
결혼식, 의외로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들이 도와주신 덕분에 계획했던 것보다 여유자금이 생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펭귄은 일본을 가고 싶어 했다. 본인은 일본 말고는 가고 싶은 곳이 없다고 여러 번 내게 이야기했는데, 그래도 '한 번뿐인 신혼여행'이라는 프레임에 사람이 참 혼란이 오는 것이다. '한 번뿐인 결혼식'으로 나를 혼란스럽게 하고 미치게 했던 것이 결혼 비용이었는데, 이번에는 신혼여행으로 또다시 발목을 잡다니....
생각해 보면 지나온 모든 순간순간은 모두 '한 번뿐'인 것들이 많을 텐데, 왜 결혼이라는 것에만 유독 모든 돈과 시간을 쏟지 않으면 영원히 후회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