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도 너를 그곳에서 만났어. 너는 노래 부르는걸 참 좋아했고, 나랑 스타벅스에 같이 앉아있는 걸 좋아했지. 잠실역 교보문고를 돌아다니다가 근처 커피숍에 가서 함께 차를 마시고 노래를 부르곤 했어. 무엇이 그토록 우리를 우울하게 했을까? 혼자 있어도 외로웠고, 함께 있어도 외로웠던 우리는, 그 작은 조각들을 커다란 이불처럼 덮고 숨죽여서 함께 울었던 것 같아. 내 지난 청춘을 돌이켜보면 늘 춥고 쓸쓸하고 외로운 감정들이 가득했는데, 나와 같은 감정을 느끼는 너를 보며 얼마나 위안이 되었는지 몰라. 이 세상에 나 혼자만 덩그러니 남겨진 게 아니라는 그 사실이, 나의 10대 시절을 버틸 수 있었어. 기억나니? 네가 처음에 내게 비밀을 말해주었던 날 말이야. 너의 모든 말과 행동들이 이제야 이해되더라. 너는 어떤 삶을 살아온 걸까, 어떤 시간들을 버텨온 걸까? 너의 마음을 계속 상상하고, 그려보니 네 안의 파도가 느껴졌어. 차갑고, 거세고, 폭풍우 치는 소리가 들리는 거야. 그리곤 너를 더 이해하고 싶어서, 네 안의 파도를 내가 잠재워주고 싶어서, 어떻게든 도움을 주고 싶었는데, 생각해 보니 난 너에게 어떤 도움도 되지 못한 것 같아.
그저 가끔씩 너의 노래를 들려달라고, 네가 부르는 노래는 마치 파도치는 소리도 함께 들리는 것 같아서, 너무 아름답고, 감동적이고, 듣기 좋아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너의 노래를 들려달라고 했어. 그 말 밖에는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었어.
2009년, 우리가 고등학교 3학년 때, 강변 영화관에 가서 코렐라인이라는 애니메이션도 함께 보러 갔는데, 이것도 기억할까?
네 안의 파도
네 안의 파도는 요즘 어때? 여전히 파도처럼, 울부짖다가, 또는 잠잠하다가, 때로는 구슬프게 흐르고 있을 것 같아. 이제는 네가 있는 곳에서 배를 타고 너무 멀리멀리 떠나버려서, 너의 목소리도, 너의 파도 소리도, 아무것도 들리지 않아. 네가 있는 곳으로 가고 싶어. 그리고 네 노래를 듣고 싶어. 너와의 추억을, 너를 보며 함께 말하고 싶어. 하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도 모르겠고 어떻게 가야 할지도 모르겠어서, 오늘도 나는, 내가 잃어버린 것들을 등에 잔뜩 지고 모래사장 위를 홀로 걸어가고 있어. 오늘도, 이렇게 파도 소리를 들으며, 걸어가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