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딱해

미워하는 마음의 원인

by 여미

모든 것이 미워 보일 때가 있다.


그것이 사물이 되었건 사람이 되었건 평소대로라면 반듯하게 바라봤을 것들이 어느 순간 아니꼽고 거슬리게 느껴질 때가 있다. 마치 자격도 없는 심판관이 제멋대로 불합격 판정을 내리고서도 시원치 않아 스스로 은퇴 선언을 하는 것과 같다. 한번 밉다는 생각이 들면 그 미움에 대한 원인과 출처는 중요하지 않다. 그냥 미우니까 더 이상 보고 싶지 않고 피하고 싶은 것이다. 어느새 그 미움의 끝은 지구를 넘어서 우주까지 뻗어나간다.


왜 그럴까?

삐뚤어져버린 내 마음의 원인은 아무도 모른다. 어제는 분명 웃으며 잘 지냈는데, 오늘은 하나부터 열까지 무엇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상대는 늘 그 자리에 그 공간에 가만히 있었을 뿐인데 괜히 혼자 심통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미워하는 대상과 연관된 어떤 기억의 단면을 마주했을 때 발생한다. 그것들은 대부분 해소되지 못한 채로 떠돌고 있는 것들이 많다. 이해는 되지만 용서하지 못했던 것들, 분노, 질투, 시기, 이기심들. 그것들은 무중력 상태에서 아무 생각 없이 둥둥 떠다니다가 조금이라도 컨디션이 예민해지거나 신경이 날카로워지는 날에는 지들끼리 똘똘 뭉쳐서 커다란 삼각형을 만들어낸다. 오로지 나의 시점에서 바라보고 판단하여 만들어낸 삐딱하고 각진 형체, 그것이 바로 미움이다. 미움이 또 다른 미움을 만나 커지면 커질수록 점점 더 단단하고 거대한 형체로 불어난다.


가끔 한없이 삐딱하게 바라보게 되는 날에는 유독 정신과 육체가 건강하지 못한 날일 수도 있다.

나 자신부터 피로하고 힘드니까 품어줄 수 있는 여유 또한 적어지는 것이다.


그럴 때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시청각의 거리를 둬야 한다.

까칠해진 마음이 둥글게 다듬어질 때까지 몸을 웅크린다.


그리곤 잠을 잔다.

아무리 생각해도 괜찮은 방법이다.


삐딱해2.jpg 난 오늘 삐딱해 그래서 미안해

글/그림 여미

커버사진 임경복

yeoulhan@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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