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기대되었던 첫 상담
_나를 살린 치유의 문장들
휴식은 치유의 시작입니다. 휴식의 일상을 사랑해 보아요.
휴식은 여태껏 달려오기만 한 나를 돌보는 시간입니다.
매일 주어진 작은 일상에서조차 행복을 느껴볼 수 있어요.
우울이 아니에요. 이 모든 시간은 휴식이자 치유예요.
드디어 첫 상담일이 되었다. 내가 상담소의 문을 두드렸던 것은 2월인데, 종합 심리 검사를 미루고 미루다 3월 말에 마친 후 결과를 받아 드디어 4월 4일에 첫 상담을 시작하게 되었다. 상담소에 가는데 이렇게 기대될 일일까? 여전히 마음은 무기력하고 우울한 감정이 많았지만, 뭐랄까 상담을 시작한다는 것이 이제 이 깊은 어둠에서 빠져나와 빛으로 향하는 길처럼 느껴졌다. 이제 나에게도 회복이 시작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가 나의 발걸음을 무겁지 않게 만들었던 것 같다.
상담 선생님께서도 내가 종합 심리검사를 받고 병원 치료도 성실히 받아왔다는 연락을 받으시고 참 기뻐하셨다. 일반적으로 선생님께서 권고를 하여도 심리검사나 병원 치료를 잘 받고 돌아오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하셨다. 그래서 선생님께서는 숙제를 마친 나의 연락이 반가우셨던 것이다.
표현 예술 치료를 함께 하는 곳이라서 그런지 상담소가 일반적인 상담소와는 달랐다. 커다란 공간에 나무가 있고 예쁜 카펫과, 부드러운 색감의 장식물들로 공간이 아름답게 꾸며져 있었다. 이 공간에서는 상담뿐만 아니라 그림을 통한 치료, 음악을 통한 치료, 영화를 통한 치료도 함께 이루어진다고 하셨다.
선생님과는 우선 어떻게 지내왔는지 두 달의 시간을 나누었다. 내가 가장 힘들 때 병원에 다녀 치료를 받았다는 것이 가장 다행이라고 하셨다. 당시 상담을 받을 때 상담사님은 내게 현실에 발을 딛지 못하고 붕 떠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하셨다. 그리고 이제야 현실 속에 뿌리를 박고 많이 안정되어 보인다고 하셨다.
또한 휴직의 시간을 보내며, 침대 속에서 내가 아무것도 하지 못하며 어떤 의지를 내지 못하고 있는 나의 일상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당시 나는 무기력하고 아무것도 못하고 있는 나의 모습에 대하여 나 스스로가 한심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언제나 열심히, 성실히라는 말이 부족할 만큼 삶에 최선을 다했고, 그 결과가 나를 증명해 온다고 생각했던 삶이었다. 이렇게 가만히 누워있는 하루하루는 충분히 내게 고통스러울만했다. 하지만 선생님은 다른 시각으로 이야기를 해주셨다.
"여울님께서 무기력하고 아무것도 못하고 있는 것이 잘못된 상태가 아닐 수 있어요. 어쩌면 평생을 목표를 보며 쉼 없이 살아왔던 나에게 누군가 쉼을 허락한 선물일 수도 있는 거예요. 매일 누워서 무기력하다고 느끼며 생각으로 스스로를 괴롭히지 않아도 괜찮아요. 지금 휴식을 누리는 모든 순간들이 치유를 누리는 시간일 수 있어요. 어쩌면 일주일에 한 번 하는 상담보다 매일 여울님이 누리는 휴식이 회복과 치유를 더 큰 가져올 거예요."
충격적인 이야기들이었다. 우울이 아니라 회복이고 치유일 수 있다니. 무기력이 아니라 평생 쉬지 못했던 나에게 주는 쉼의 시간일 수 있다니.. 선생님께서는 열심히 살아가던 모습의 '나'를 잠시 내려놓고 홀로 쉬고 있는 나의 일상도 그런 나의 모습도 사랑해 보자고 하셨다.
나는 이 소중한 이야기들을 마음에 새기기 시작했다.
"우울이 아니라 휴식이다. 행복이다. 나를 사랑하고 일상의 행복을 느끼고 소중한 순간들을 사랑하는 것,
그래 그것을 해보자."
그렇게 상담사님과 다음 상담 시간의 약속을 잡고, 첫 회기 상담을 마쳤다. 사람은 자신이 정의한 대로 삶을 살아간다는 말이 있다. 나의 모든 일상을 '우울'로 정의하지 말고 '치유와 회복의 시간'으로 정의하자. 그리고 앞으로는 희망의 일기를 써가 보자.
나는 이후 일주일 동안 매일 감사일기를 10가지씩 쓰며, 매일 내가 의지를 내어 해낸 모든 작은 것들을 써보고 스스로를 칭찬하고 사랑하며 더 밝은 빛으로 나의 일상을 비추기 시작했다. 심리 상담이 내게 어떤 도움이 될까 의심이 들기도 했지만, 홀로 어둠 속에 있던 내가 들리지 않는 구조 요청을 하고 있을 때 나의 손을 잡고 세상 속으로 아주 조금씩 나아오게 상담사님은 도와주시고 계셨다. 이 작은 변화가 내 삶을 어떻게 바꿀지는 앞으로 더 지켜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