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하지 않을 용기

~하지 않을 용기

by 여울샘






완벽하지 않을 용기

중학교 시절 나는 공부를 참 열심히 하는 학생이었다. 열심히 하고 싶어서 했던 것은 아니다. 부모님의 이혼 후 엄마는 최선을 다해서 생계를 위해 일을 하시는데 친오빠는 방황을 하고 있었다. 친오빠는 학교도 안 가고, 때로는 집에서 친구들을 불러 술을 마시기도 하고, 좋아하는 핑클의 공개 방송을 따라다니며 팬클럽 활동을 하기도 했었다. 다행히 오빠는 여러 성장 과정을 거쳐 외국계 기업에 다니는 건실한 청년으로 성장했지만, 나에게는 아직 그 트라우마가 남아있다. 그 시절 나는 이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오빠가 방황하고 있으니, 나라도 잘해야 해. 나라도 완벽하게 학업을 수행해야 해.’라고 다짐하며 나를 다잡고, 또 다잡았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중학교 시절 전교 1등까지 해내며 그 완벽주의를 현실 속에서 실현해 냈던 것 같다.

완벽주의는 내게 많은 것을 선물했다. 가족들은 나를 자랑스러운 딸, 동생으로 나를 여겼고, 내게 많은 성취를 주었다. 하지만 현재 내게 완벽주의는 아이러니하게도 넘어야 할 큰 산이 되어버렸다. 학교 생활을 하며 어느 것 하나 대충 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 버렸고, 그것은 스스로를 옥죄는 사슬로 변했다. 공개 수업을 하나 해도 수업 대본을 짜고, 달달 외우고, 계획대로 수업이 흘러가기를 바랐다. 하지만 수업이란 것은 생물과 같아서 아이들과 교류하며 계획대로 흘러가지는 않았다. 그리고 유학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 완벽주의가 폭발하는 시기가 있었다. 토플, 듀오링고, 전공서적 읽기, 영어 스터디 운영 등을 하면서 학교도 다니려니 과부하가 걸린 것이다. 사람에게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이 문제로 심리상담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상담 선생님께서는 내게 자기 돌봄이 필요하다고 하셨다. 완벽주의를 돌보며 살아가려면 자기 돌봄을 위한 전략들을 찾고, 실천해 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완벽주의는 기준이 높아서가 아니라 기준이 고정되어 있고 유연하지 않아서 생기는 것이라고 한다.

때문에 ‘“필수 기준 / 괜찮은 기준 / 보너스 기준”으로 나누어 생각하는 것은 도움이 된다. 필수 기준(Non-negotiable)은 업무가 기능적으로 돌아가기 위해 반드시 있어야 하는 핵심 요소이다.
필수 기준은 20~40% 정도만 충족해도 업무는 충분히 수행되며 “이것만 되면 일이 굴러간다”는 최소 요건이다. 괜찮은 기준은 있으면 좋고, 일의 완성도를 올리지만 없어도 큰 문제는 없다. 시간과 에너지 상황에 따라 조절 가능한 중간 구간이고, ‘표준’, ‘보통 수준’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보너스 기준(Bonus) 창의성, 디테일, 깊이를 더하는 요소, 시간·여유가 있을 때만 선택적으로 하지 않아도 전혀 문제없다. 이렇게 세 기준으로 나누어서 업무를 바라보는 것은 완벽주의를 해소하고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는데 큰 도움이 된다.

앞으로 완벽히 하지 않을 용기를 가져보려고 한다. ‘필수 기준’ 혹은 ‘괜찮은 기준’만 채워도 내게 괜찮다고 이야기해 줄 수 있는 여유를 갖고 싶다. 때문에 글빛숲에서의 글도 내 기준으로 ‘괜찮은 기준’만 채워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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