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당근마켓에서 손 글씨를 나눔 해주시는 한 선생님을 만났다. 그동안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에 300여 편의 글을 올리며 쌓아온 글을 언젠가 브런치북으로 묶고 싶다 생각을 하던 차 만나게 된 감사한 인연이다.
선생님의 글씨는 내가 기록한 순간들을 더 몽글몽글하고 극적이게 표현해 줬으며, 글이 쓰인 순간을 다시 한번 회고할 수 있겠다는 도전을 불어넣어 주셨다.
처음 글을 쓸 때 기록하겠노라, 모든 순간을 기억할 수 없어도 글을 쓸 때의 내 모습을 문장에 담겠노라 생각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기억이 희미해지는 듯했지만 다시 돌아가 첫사랑을 되새길 수 있는 기회를 주신 선생님께 감사드리며 '아름다운 마음들을 모아서'를 시작한다.
p.s. 글을 쓸 수 있게 도와주는 모든 이들에게 감사하며..
Ep1. Y는 귀엽다
2021년, 전역하고 전공심화를 시작함과 동시에 대학생청소년교육지원사업(국가근로)으로 지역아동센터에서 2년간 일했다. 첫 해는 아이들과 이렇게 정이 많이 들 줄 몰랐다. 근로장학 사업에 다시 선정된 2년 차, 그냥 보내기에 아쉬워 시간이 야속했던 순간이 많았다. 아이들의 시간은 성인과 달라 몇 개월 만에 훌쩍 자라 버리기에, 잊어버리는 짧은 순간이라도 따뜻한 기억을 선물하기 위해 분주한 시간을 보냈다.
Y는 지역아동센터에서 만난 친구 중 나를 엄청 좋아해 주는 친구 중 한 명이었다. 근무할 때 아이들 옆에 앉아서 문제집이며 평소 학교 생활 이야기 등 시시콜콜한 대화들을 나누다 보면 친해지지 않을 수 없었는데, 유독 함께하는 시간이 즐거운 마음이 잘 맞는 친구였다.
초등학생이 가지고 있는 순수함, 볼록 나온 뱃살, 특유의 성조가 있는 귀여운 말투, 옆 자리에 앉지 않으면 느껴지는 은근한 시선 등 작은 행동 하나까지 귀엽고 사랑스러운 친구였다.
어느덧 중학생이 된 Y는 이따금 카톡을 주고받으며 근황을 이야기하고는 하는데, 초등학교 때 모두에게 비밀로 하던 여자친구와는 헤어진 지 오래며, 중학교에 가며 살이 빠져 인기가 많아졌다는 근황을 듣고 한참 웃었다.
이제 훌쩍 커버린 Y에게서 예전 모습을 찾아볼 수 없지만, 글 속의 Y는 내 눈에 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