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는 것 만으로 만족하는
2023. 5. 23. Written by 여울돌
*대학생 신분을 벗어난 뒤 3개월 시점에서 쓴 글임을 밝히며..
주는 것 만으로는 모자란 사랑을 하던 내가 주는 것 만으로 만족하는 사랑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한 순간이 있다. 무엇인가 대가를 바라는 사랑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만족을 할 수 있는 사랑. 한 차원이 더 높은 사랑이 아닌가 생각한다.
사람 마음이란 게, 주는 게 있으면 당연히 받는 게 있길 바랄 텐데. 이치를 거스르는 말 아닌가? 생각했지만 설명할 수 없는 나름의 여러 가지 이유들이 머릿속에서 복잡하게 얽혀있었다.
'미움받을 용기' 아들러 심리학에 따르면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그 외에 내가 통제하지 못하는 요인들에 대해 스트레스받지 말라고 한다. 책을 읽은 지 꽤 시간이 흘러 말을 제대로 기억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내게 큰 통찰로 다가온 이 말을 나는 아직도 가끔 곱씹는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모두 한 뒤에 하는 '있는 그대로의 만족'. 얼마나 멋진가?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변인들에 대해 깔끔하게 포기할 수 있는 것 또한 마음을 보호하는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사랑으로 품었음에도, 그 사랑이 내가 인식할 수 있는 형태로 보답하지 않아도 슬퍼하지 않으리라.
받은 사랑이 과분할 정도로 넘친다.
기억나지 않는 어린 시절, 부모님의 헌신을 먹고 자랐음을 알았다. 학창 시절 학교, 교회 등 다양한 곳에서 만난 선생님, 학교 선배, 친구에 이르기까지. 수없이 많은 어른과 또래가 나를 품어줬고, 그 사랑에 갚을 수 없는 빚을 지고 있음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렴풋 깨달아 가는 것이 인생인가 생각한 적이 있다.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신께서 축복으로 내려주신 천성적인 긍정적인 기질과 더불어 과분한 주변의 사랑 덕분이 아닐까?
그들도 내게 무엇을 바라고 한 사랑은 아니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랑을 받는 위치에서 베풀어야 하는 위치로 변하고 있음을 체감하고 있다.
청소년을 만날 때 내가 그들에게 무엇을 바랐는가?
바라지 않았다면 나는 또 누군가에게는 왜, 무엇을 바라는가?
사람 마음의 간사한 적응력에 속지 않길, 당연한 것은 하나도 없다.
내리사랑을 다시 한번 다짐한다.
주는 것 만으로 나는 만족한다.
받은 은혜가 많기에, 지금도 족하다.
받은 사랑이 많기에, 나눠주며 만족할 수 있다.
누군가 내게 나의 기분 좋은 하루를 어떻게 나눌 수 있는지 묻는다면
음료수를 사 첫 번째로 만나는 사람에게 나눠주며 "좋은 하루 보내세요."라는 말을 건넬 것이고,
버스를 내리며 기사님께 '감사합니다.'를 우렁차게 외칠 것이라고 대답하겠다.
마음과 사랑은 나눈다고 절반으로 줄어드는 산술적인 것이 아니다.